감쌀수록 부각되는 ‘김 여사 리스크’
윤 대통령, 김건희 특검법 3번째 거부
재표결 앞두고 용산·여당 연쇄 회동
인적쇄신 등 변화 제스처 다 덮이나
“돌고 돌아 또 김건희 여사 문제로 온 거 아니겠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한 후 한 여당 다선 의원이 최근 정국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김 여사 리스크는 때에 따라 경중은 달랐지만 항상 윤 대통령 국정운영의 짐이었다. ‘털고 가야 한다’는 여권 주변의 숱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던 윤 대통령이 그나마 변화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핵심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며 10%대 지지율을 찍었던 때다. 임기 반환점 기자회견,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 개인 휴대폰 교체, 개각 등 인적 쇄신 예고 방침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김 여사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속시원한 방책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국면전환’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 거부권 행사로 정국의 초점은 민심 이반의 시작점, 김 여사 리스크로 되돌아왔다.
26일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특검법으로는 세 번째, 법안 숫자로는 임기 중 25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위헌성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하고,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도입해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위반하므로 위헌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앞서 윤 대통령도 특검법안의 위헌 요소를 지적했다. 7일 임기반환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윤 대통령이 당시 야3당이 추천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일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세 번째 거부권 행사로 여권 일각의 김 여사 문제 해결 시도는 또한번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의 김건희 특검 시도에 맞서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을 주장했지만 최근 당 내분 양상으로 동력을 잃었다.
박상병 평론가는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는 순간 여권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감싸는 듯한 모습이 노출될수록 민심은 김 여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바라볼 테고 그럴수록 김 여사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국정동력이 약해진다는 게 윤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