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위기’ 논란 잠재울까
케미칼 회사채 ‘은행보증’
월드타워 담보로 초강수
‘의심해소·다급함’ 엇갈려
롯데그룹이 유동성위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예상 밖 ‘초강수’를 뒀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권 보증을 받아 롯데케미칼 신용도와 안정성을 강하게 보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장, 롯데케미칼발 자금사정 악화라는 시장 의구심을 해소시킬 조처란 시각도 있지만 그룹 ‘상징’까지 담보로 내놓을만큼 다급한 내부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롯대케미칼 대주주(25.3%)인 롯데지주는 국내 최고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롯데월드타워는 건축비만 4조2000억원에 달하며 현재가치는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롯데지주 측은 “담보제공은 롯데 유동성에 문제가 없고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를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다음달 19일 롯데월드타워 113층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해 이런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을 충족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채권자가 채무자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만기전이라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보증을 받아 회사채 신용도를 보강하는 조건으로 사채권자와 협의해 특약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다.
6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한 은행 보증을 받으면 해당 채권은 은행 대출(채권)의 신용도만큼 신용도가 보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 측은 “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특약 사항이 수익성 관련 지표로 발행회사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준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이 모두 4조원이다.
롯데지주 측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병수 정석용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