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특검법’ 때리고 이재명은 ‘민생 행보’…차별화 시도
연석회의·무상교육·주식거래소 현장에서 현안 챙기기
당과 역할분담 … 내부 갈등 겪는 여권과 대비 노려
‘민생연석회의→ 고교 현장간담회→ 미래전략기구 출범→ 주식시장 활성화 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26일부터 진행해 온 일정들이다. 무죄 선고 이후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며 민생 행보에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이 대표 측근인사들은 “이 대표 하면 민생이 떠오를 수 있도록 민생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정치적 부담을 일부 벗어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은 특검법 등 대여권 공세를 강화하고 이 대표는 ‘먹사니즘’ 활동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당내 리더십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여권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이재명 대표는 28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오기형 단장 등 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소속 의원들과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거래소 임직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한국 경제와 국장(한국 주식시장) 살리기를 위한 상법 개정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고 썼다.
지난 26일에는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을 열고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핵심은 경제 아닌가”라며 “성장해야 민생도 있는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 무지, 불복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법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법 개정을 안 하면 우량주를 불량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이 대표는 “다른 나라는 주식시장이 다시 회복하는데 어찌 우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하강 국면이냐. 현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물적분할, 합병 등을 해 가며 앞으로도 알맹이를 빼먹으라는 그 말이냐. 이러니 주식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냐”고 지적했다.
민생연석회의는 매달 한 번 회의를 열어 주요 민생 의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민생 경제를 앞세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추진했던 전례를 들어 실용적 관점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과 대안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27일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간담회를 열고 고교 무상교육에 관한 현장 의견을 들었다. 이 대표는 “국가재정이 열악해지니 온갖 영역에서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데, 교육지원예산 삭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중앙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특례 규정이 마련됐는데, 이 규정이 올해 말로 일몰되면서 정부는 내년 중앙정부 부담분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야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부담하던 것을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하게 되면 노후교육시설 개선 등 교육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심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핵심사안으로 꼽았다.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교육위는 이 특례 규정의 효력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후에는 국가 미래 전략 설계와 경쟁력 제고 정책을 추진할 당내 조직인 ‘미래거버넌스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내외 석학이 참여해 미래학,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등 주요 미래과제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만든 기구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파탄 난 민생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무너진 국가 비전을 바로 세워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확실하게 준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8일에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만난다. 이 전 처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성향 원로 법조인으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했다. 민생 문제 주력하면서 진영과 무관하게 정국현안 해법을 찾는 지도자의 면모를 기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경제 의제를 중심으로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사이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채 상병 국정조사 촉구 등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대비를 노리는 포석이기도 하다.
물론 이 대표의 이같은 활동이 야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이미지’에 머물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간보기 정치 쇼”라며 평가절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저에게 재판보다 민생을 신경쓰라고 했는데 제가 그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반도체 특별법 무산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다.
한 대표는 “반도체 산업 상황이 한가하지 않아 산업계는 1분 1초가 아깝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특별법 마저도 정치적 쇼를 위한 도구로 삼는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없다”며 ‘간보기 정치’라고 힐난했다. 그는 “금투세 폐지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완강하게 반대하는 척하면서 판을 깔고. 종국에는 이재명 대표가 폐지하는 그림을 만드는 연출을 했다”면서 “이번에도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서도 당차원에선 반대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열린 자세’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