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행적이 윤석열정권 발목잡는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건전재정’ 걸림돌
‘양극화 타개’ 새 국정에 재정역할론 커져
‘가치외교’노선 혼란, 우크라 지원 ‘딜레마’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어 국정기조 변화를 꾀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론이 나오지만 지난 2년 반 동안의 ‘건전재정’ 기조가 걸림돌이다. 국외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발 악재들이 몰아닥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도 혼돈의 시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임기 전반기 동안 바이든 미 대통령과 발맞추는 외교정책을 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도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전반기에 고수해온 국내·외 정책을 ‘슬기롭게’ 뒤집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2.2%)와 내년(1.9%)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 하향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전날 골드만삭스도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세를 꼽으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조정했고, 앞서 국제통화기금과 한국개발연구원도 잇따라 전망치를 내렸다.
이같은 저성장 전망에 대해 경제계에선 윤석열정부가 2년 반 동안 고수해온 건전재정 기조가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실질성장률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달 29일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긴축 기조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세수 부족이 겹치면서, 만약 내년에도 정부가 세수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더 축소하는 기존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경기안정화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재정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 등 기존 건전재정 기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재정 역할론을 펴는 주장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건전재정 기조 유지’에서 바뀐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대통령실이 양극화 해소라는 후반기 국정기조를 내세우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 관련 예산은 증액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이라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처한 도전은 국내 경제만이 아니다. 임기 전반기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던 한미동맹 강화 등 외교 기조도 트럼프 당선에 따라 상당 부분 불확실성이 생겼다. 전날 우크라이나 특사단과 윤 대통령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무기 지원 관련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최근 바뀐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우크라이나 특사단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후 방어용은 물론 살상용까지 무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바이든행정부 기조와는 부합하지만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와는 엇갈린다. 전쟁 종식을 원하는 신 트럼프행정부와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에 선뜻 무기를 내줄 수 없게 된 윤 대통령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