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감사원-민주당 악연

2024-11-29 00:00:00 게재

감사원, 태양광·사드 등 ‘문재인정부 저격수’ 자임

민주당, 감사원장 탄핵 방침 … 헌정 사상 처음

윤석열정부 들어 전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을 빚고 있는 감사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그동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이뤄졌던 태양광 사업,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사드 배치 지연 의혹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면서 야당과 계속 부딪쳐왔다. 이밖에도 집값통계 조작 감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사 등을 추진하면서 ‘전 정부 때리기’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보여 왔다.

입장 말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입장하며 탄핵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대통령실 관저 의혹 감사, 부실” = 그동안 감사원의 ‘표적감사’에 강하게 반발해왔던 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다음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장 탄핵 사유로 대통령실 관저 이전 문제를 들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관저 의혹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미제출하는 등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직접적인 이유로 대통령실 관저 이전 문제를 꼽았지만 최근 2년 여간 감사원이 진행해온 전 정부를 겨냥한 감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 라인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표적감사 논란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당시 안보라인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교체와 관련된 한미 군사작전을 중국과 시민단체에 사전 유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들이 중국에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넘기고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시민단체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감사 내용에 대해 민주당 전(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근거 없는 정치 보복”이라며 “감사원은 정치보복 돌격대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사업,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감사 = 이 정부 들어 시작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에 대해 민주당은 ‘탈원전 지우기’를 위한 표적 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23년 6월 감사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 시기 태양광·풍력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과 관련해 비리 혐의 여러 건을 발견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전 과장 2명 등 13명을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정부가 상황을 방치하고, 이후에도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감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어떤 사실관계 변화도 없이 어떻게든 전임 정부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의지와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감사원이 있을 뿐”이라며 “국민은 감사원을 수사 청부기관으로 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정부 인사를 몰아내기 위한 감사 의혹도 있었다. 2022년 감사원은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의 근무 태만 의혹을 비롯한 10여개 항목에 대해 권익위를 특별 감사를 실시했다. 이후 전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도 감사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며 이들과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을 포함한 문 정부 인사 22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28일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 방침을 밝힌 데 대해 감사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취임한 이후 국가통계 조작,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등과 같은 국기문란 사건을 철저하게 감사하는 등 국가질서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엄정하게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29일 최재해 감사원장은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이런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감 때 충실히 답변했다고 생각하고 위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장 탄핵은 집값 통계 조작,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드 군사 기밀 유출, 문재인 정부 적폐 감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면서 “민주당은 위헌적, 위법적 감사원장 탄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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