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솔루션 정치’는 어디에
저널리즘의 대안 중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게 있다. 우리말로 ‘문제해결 저널리즘’으로도 해석하는데, 이 저널리즘은 언론이 지적과 비판의 역할에서 멈추지 말고 ‘문제해결’ 과정에 조금 더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조명하는 전통적인 고발 성격의 뉴스는 문제 상황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일부 독자들에게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모양일까’ 하는 냉소와 불쾌감을 남기기도 한다. 뉴스를 다 본 독자에게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질문이 들지 않도록 하자는 게 솔루션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래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독자들의 ‘언론 혐오’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이야기된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 혐오’ 이상으로 혐오스러운 대상이 정치다. 특히나 요즘 정치뉴스를 보면서 ‘도대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은 왜 아직도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국민은 드물 것이다.
정부여당과 거대야당 모두 자신들이 추구하는 철학이나 콘텐츠는 눈에 띄지 않고, 상대방의 실수나 과오에 올라타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기 바쁘고, 야당은 ‘명태균 게이트’의 보따리를 풀어내기에 바쁘다. 상대를 향한 여야의 헐뜯기에 국민의 피로감과 혐오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솔루션 역할을 해야 될 영역이 바로 정치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든가, 갈등을 조절하고 국민의 뜻을 모아 미래를 여는 것이 바로 정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치는 조정해낼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정치는 본연의 역할인 솔루션을 잘 해내면 혐오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의료대란 해소를 위해 시작된 여야의정협의체는 멈춰서고, 법정시한이 다 되도록 내년 예산안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인하해야 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돼 여야가 머리를 맞대도 만만찮은 상황인데, 지금 정치권은 서로 못났다고 삿대질 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나온 정당 호감도 조사를 찾아보니 지난 8월 4주차 한국갤럽 조사가 있었다. 이 조사에서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모든 정당에서 50%를 넘었다. 정당별 비호감 비율은 국민의힘 60%, 민주당 52%, 조국혁신당 54%, 개혁신당 63%였다.(8월 20~22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쟁으로 얼룩진 국감과 예산정국을 거치는 동안 이 수치는 줄었을까. 듣지 않아도 대답은 뻔할 것 같다. 지금 ‘솔루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그냥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