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대통령 “임기 끝나도 안물러나”
‘부정선거’ 주장하며 버티기
연임 총리 “대통령 물러나야”
친러시아 성향 여당이 승리한 동유럽 조지아의 총선이 부정선거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 조지아 신구 권력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직위를 유지하겠다는 친유럽연합(EU) 성향의 무소속 대통령에게 친러시아 성향의 여당은 퇴진을 압박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의 조지아 여당 ‘조지아의 꿈’ 대표인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는 1일(현지시간)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이달 16일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 조지아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차기 대통령부터 의회가 지명한다. 조지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이다. 행정부를 이끄는 실질적 권한은 의회에서 지명하는 총리에게 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부정선거 결과로 구성된 의회가 새 대통령을 지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재선거를 통해 의회가 적법하게 구성될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코바히제 총리는 임기가 끝나면 새 대통령 지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그는 1일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의 총선 재투표 주장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조지아의 신구 권력 갈등은 지난 10월27일 ‘조지아의 꿈’이 승리한 총선 결과가 나오자, 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본격적으로 표면화했다. 조지아 선관위는 지난 총선에서 코바히제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53.9%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일부 국제 참관인들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러시아언론 알티(RT)에 따르면 그 자리에 참석한 국제 참관인들은 선거 과정이 일부 외부 행위자들의 근거 없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기준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 주장을 일축했다.
야당 주도의 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며 2014년 우크라이나 마이단 사태가 조지아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범 아프리카형제’ 대변인이자 정치분석가 에구운치 베한지은 “최근 조지아 선거를 둘러싼 긴장은 마이단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색깔 혁명을 둘러싼 사건들을 반영한다”며 “불행하게도, 그러한 작전의 조정자들에게는 조지아의 시나리오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조지아 국민은 자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여당인 ‘조지아의 꿈’을 지지하는 선택을 분명히 표명했다”며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받는 정치적으로 주도되는 격변에 대한 욕구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최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웃 조지아에서 혁명이 시도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길을 따라 어두운 심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보통 이런 종류의 일은 매우 나쁘게 끝난다”고 말했다.
한편 조지아의 꿈은 총선 승리후 지난 11월 29일 코바히제 대표를 연임 총리로 추대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