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은 좋은데…” 지자체 재정해법 고심
프로축구 승격·잔류에 지역 희비
긴축재정 기조 속 후원도 찬바람
협동조합·고향사랑기부제 돌파구
프로축구 K-리그1에 승격하거나 잔류한 시민구단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부담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년 역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기업들 후원도 여전히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2일 시민구단 등에 따르면 1부리그 승강전에 참여한 시민구단은 모두 4개팀으로 이 가운데 내년에 FC안양(승격)과 대구FC(잔류)는 1부리그에서, 인천FC와 충남아산FC는 2부리그에서 각각 뛰게 됐다.
승격하거나 잔류를 확정한 지자체는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대구FC는 1일 열린 충남아산FC와 승강 2차전에서 1차전 패배를 딛고 역전을 일궈 벼랑 끝 탈출에 성공했다. FC안양은 11년만에 1부리그 승격의 꿈을 이뤘다.
기쁨도 잠시 이들 구단을 이끌고 있는 지자체는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경기 안양시는 당장 내년 예산안에 FC안양 출연금을 큰 폭으로 증액해야 한다. 올해 50여억원을 출연했는데 내년에 본예산 60억원, 추경예산 30억원 등 출연금을 9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2부리그인 FC안양의 예산은 시 출연금에 도비보조금, 협찬·광고 등 100억원대였지만 1부리그의 경우 최소 140억원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잔류하게 된 대구시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부족 등으로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대구FC 운영비 98억원을 편성했다.
시민구단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올 시즌 1부리그 잔류에 이어 창단 후 첫 아시아 무대 진출이란 돌풍을 일으킨 광주FC는 이미 55억원 대출 채무를 안고 있어 자본잠식 상태다. 최근엔 일부 예산이 시의회에서 삭감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지자체가 내년도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재판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후원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구단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과 제안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협동조합 형태의 도입이다. 현실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협동조합 형태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가 모델이다. 출자금을 낸 17만명의 조합원이 구단의 주인이며 회장 선거권 등 팀 운영에 각종 권한을 행사한다.
안양시는 최대호 시장 취임 이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재 FC안양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역시 협동조합 형태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대구FC 잔류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새해부터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처럼 구단운영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에 기부하는 ‘일반기부’와 특정사업에 기부하는 ‘지정기부’로 나눠져 있다. 제도가 일부 다르지만 일본의 경우 지역 스포츠 관련 지정기부가 활성화돼 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타 지역에 거주하는 축구단 팬클럽 등에서 얼마든지 지정기부가 가능하다”며 “경기 때마다 모금이 가능하고 답례품으로 입장권과 굿즈 등을 보내준다면 구단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다만 모금을 했을 때 모금한 돈이 구단활성화에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운·곽태영·최세호·방국진·김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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