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탄핵 추진…감사원 “정치감사 비난 수용 어려워”

2024-12-02 13:00:18 게재

2일 최달영 사무총장 기자회견 “탄핵 시도 당장 멈춰주시길”

“여야 합의 있으면 관저 이전 관련 감사 회의록 공개 가능”

지난달 29일에는 긴급 간부회의 열고 향후 대책 등 논의

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와 현 정부에 대한 ‘부실 감사’ 의혹이 증폭되며 감사원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될 상황에 놓였다. 원장 탄핵 추진에 감사원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 추진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29일 감사원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2일 오전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장 탄핵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이 전 정부는 표적감사하고 현 정부는 봐주기 감사한다는 것이 주요 탄핵 사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감사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 브리핑하는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최 총장은 대표적인 정치감사 사례로 거론되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국가통계 조작,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국방부와 해경이 과거 자신들의 수사결과 등이 잘못된 것이라고 발표해, 감사를 해보니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에 소홀했고,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우리 국민을 근거도 없이 월북자로 몰아 진실을 은폐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국가통계 조작 감사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의 아파트값 통계가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너무 컸고, 당시 통계청장 경질 과정에서 여러가지 잡음이 있어 감사에 착수했다”면서 “감사 결과 청와대와 국토부 등이 압력을 가해 통계조작 행위가 만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의 경우 다수의 비위제보가 있어 감사에 착수했고, 제보사항 중 비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고, 비위가 확인된 부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등 조사한 결과대로 공정하게 감사보고서에 실었다”면서 “감사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이전 부실 감사 의혹에 대해서는 △경호처 간부의 비리를 적발해 파면 및 수사요청을 했고 △무자격업체에 대한 하도급, 증축공사에 참여한 업체의 명의대여 혐의 등에 대해 형사책임을 포함한 제재조치를 하도록 행안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관저 시공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면서 감사결과로 대통령실 이전 공사를 둘러싼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관저 이전 감사 관련 감사위원회의 회의록 미제출 사안의 경우, 여야 합의 없이는 회의록을 열람하지 않는 법사위의 오랜 관례에 따라 공개하지 못한 것일 뿐 여야 합의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의록 공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총장은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감사원 간부들은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탄핵 추진이 부당하며 독립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열린 간부 회의에서 탄핵 반대 공동성명을 위한 서명이 추진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감사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주형 감사원 대변인은 2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그런 게 필요하지 않느냐, 입장 발표를 따로 해야 되는 게 아니냐 라는 의견을 냈지만 주재하는 쪽에서 그런 것은 오해를 살 수 있고 오늘 자리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중지를 모으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에 해당되는 사유도 아닌데 압박을 하기 위한 용도로 이렇게 하면 앞으로 감사원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 하는 얘기가 나왔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어떻게 국민들한테 제대로 알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전윤철·김황식·양건·황찬현·최재형 전 감사원장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감사, 국정감사의 자료제출 등이 감사원장 탄핵 사유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헌정 질서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감사원의 헌법적 임무 수행이 중단돼서도 안 된다”며 야당에 감사원장 탄핵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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