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 ‘AI 굴기’ 막으려 HBM 수출통제
트럼프도 이어받을 듯
중국 “강압 행위 반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를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한 것은 중국의 ‘AI 굴기’ 저지를 노리는 임기 전 마지막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한달 반 가량 남은 시점에 이뤄졌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디리스킹의 장벽을 더 높게 쌓는 셈이다.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주장해온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다 유리한 입지에서 대중국 압박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정치권이 민주·공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국 때리기’에는 같은 기조를 유지해 온 점으로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AI 등 관련 수출통제 조치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예고해온 ‘관세’ 카드로 대중국 추가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목한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며, AI 훈련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조치가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과의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을 표방하면서 미국 안보에 도전이 된다는 이유로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특정 분야에서 담장을 높여 왔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 구현 등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또 같은 해 10월부터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그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의 수출을 제한했다.
올 9월에는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제조 등의 핵심 신흥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 또한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여겨졌다.
이에 더해 이번에 AI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까지 수출통제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중국이 자체 기술로 ‘AI 자립 및 굴기’를 이루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AI는 미중 군사력의 인적 역량 등 ‘소프트웨어’상 격차를 단기간에 뛰어넘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경제적 강압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장비, 메모리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대중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고 1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기업 목록에 추가하며 중국과 제3국 간 무역에 간섭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계속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