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양식어업과 기후변화, 그리고 유전변이

2024-12-03 13:00:05 게재

물고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고기 뼈는 수천년 전 고대에 피라미드를 짓던 건설현장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오이도나 연평도의 조개무덤에 쌓여있던 물고기 뼈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내륙 한복판인 원주 법천리 무덤에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신석기 시절부터 인류는 물고기를 잡았으며 이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톡톡히 활용했던 셈이다.

현대에도 물고기는 여전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특히 양식이 가능해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육종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양식어업은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어류양식은 중요한 산업이다. 2023년 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는 연간 약 1조1000억원, 약 8000톤 분량이 양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주요 양식어종인 세가지 물고기가 이러한 생산량의 3/4을 차지한다. 흔히 광어로 불리는 넙치가 생산량 1위로 약 4만톤을 차지하며, 우럭이라 불리는 조피볼락이 1만4000톤으로 2위, 참돔은 6000톤으로 3위다. 양식기술과 국내 양식환경에 적합하게 개량 육종된 다양한 품종이 우리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물고기 유전체 지도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

이러한 양식업은 여느 1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변화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국내에서도 고수온 피해 등으로 인해 양식 총 생산량은 전년도 대비 1만톤 이상 감소한 바 있으며, 넙치와 조피볼락은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 피해가 특히 컸다. 수온이 높아지는 이상현상으로 양식 어종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러한 양식어업에서의 피해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환경을 넘어 변화하고 있는 양식환경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육종은 개별 물고기 사이에서 나타나는 특징 차이와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유전변이를 이해함으로써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고온에 더 잘 살아남는 넙치 100마리와 그렇지 않은 넙치 100마리를 준비한다. 그 뒤 두 집단의 DNA를 잘 비교해 무슨 유전적인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면 많은 경우 고온에 더 잘 견디는 중요한 유전자와 유전변이를 찾아내는 게 가능하다.

이 답을 활용하면 잘 자라고 맛도 좋은 넙치 자손 중에 고온에 잘 견디는 유전변이를 지닌 넙치를 골라 품종개량을 시도할 수 있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는 양식어종을 대상으로 유전체 편집 기법 등을 도입해 이러한 유전변이 도입을 통한 품종개량을 가속화하고 있기도 하다.

유전체 지도는 이러한 유전변이 기반 품종개량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생물이 지닌 모든 DNA 정보를 가능한 온전하게 반영한 지도로 서로 다른 두 집단의 DNA를 비교할 수 있는 틀이 된다. DNA 분석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유전체 지도 생산단가가 많이 저렴해져 그 활용 사례 또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세계 유전체 지도가 모이는 곳 중 하나인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는 흔히 물고기라 부르는 생물이 대부분 속한 조기어류 1600여종의 유전체 지도가 총 2600여개 공개되어있기도 하다. 이중 1000여개는 지난 2년 사이에 공개된 것으로 기반 기술 발전에 따른 유전체 지도 제작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 연구로 완성된 넙치 유전체 지도

국내 사례로는 국립수산과학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완성한 넙치 유전체 지도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가장 최신화된 DNA 분석기술과 넙치 가계 정보를 총동원해 현존하는 가장 고품질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특히 넙치 한마리에 존재하는 모계 및 부계의 DNA 정보를 각각 따로 분리해 한마리당 두 벌의 유전체 지도를 확보하고 암컷과 수컷을 한마리씩 분석해 총 두 쌍, 네 벌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기존 기술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3만여개의 신규 유전변이를 확보했으며, 생산성 증가 및 바이러스 저항성에 관여할만한 변이를 추려내기도 했다. 이러한 정보는 전세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돼 있다.

이와 같은 유전체 지도 제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규 유전변이 발굴 및 기능 연구는 여러가지 물고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넙치를 넘어 국내 주요 양식 어종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지도 제작이 진행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육종 또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식단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