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은, 한발 늦었으면 두발 더 뛰어야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10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내렸다. 올해 7월이나 8월쯤부터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실기론’을 부정하지만 다급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6명 중 5명이 “앞으로 3개월 내 추가 인하는 없다”고 했지만 11월 회의에서는 4명이 생각을 바꿨다.
한달 새 무슨 일이 있었나. 우선 3분기 실질GDP(0.1%) 실적에 놀란 듯하다. 미국 트럼프 후보 당선을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막상 되고 나니 구체적인 위험으로 다가왔음직하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체질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은총재의 말에서 근본적 위기감이 드러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내일신문 11월29일자 1면 참조> 인적·물적 자원이 갈수록 고갈되고, 이를 운용하는 제도와 시스템, 사람도 시대에 뒤떨어졌기에 당장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묘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어쨌든 한은은 비교적 빠르게 추가 인하에 나서면서 경기 하방압력을 지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내일신문>
그러면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제상황 변화를 봐가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빠르면 다음 금통위(내년 1월)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한은의 두가지 목표인 물가와 금융안정과 관련, 이번 결정문에서도 자신했듯 당장 큰 위험요소는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최종목표인 국민경제의 균형성장이라는 목적에 당분간 집중해야 한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설명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 실질GDP는 0.07%p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론대로 모든 게 되지는 않겠지만 금리를 1.0%p 인하하면, 연 0.3%p 가까이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권만 44조4000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한은 추산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연간 이자부담은 3조원 감소한다. 1.0%p 인하하면 최소 10조원의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여력이 그만큼 더 커지는 셈이다. 한은이 금리인하와 실질GDP가 거꾸로 움직인다고 추산한 데는 이런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거시경제 모형에 따라 추정했을 것이다.
이 총재는 일각의 금리인하 실기론을 부정하면서 1년 정도 지켜보고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내린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대체로 2~3분기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파장과 충격의 크기를 더 키워야 한다. 방향은 정해진 듯하다. 속도가 중요하다. 한은이 한발 늦게 방향을 바꾼만큼 속도를 높여 두발 세발 더 빨리 뛰어야 한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