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거야 맞서 “원팀 투쟁”…친한-친윤 ‘휴전’ 분위기

2024-12-03 13:00:10 게재

여당 투톱, 야당의 ‘예산안·탄핵’ 한목소리 비판 … 내분 자제

10일 빅데이 앞 공멸 위기감 탓 … 빅데이 이후 내분 재연 관측

국민의힘 내부에서 “원팀으로 거대야당에 맞서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한(한동훈)과 친윤(윤석열)이 ‘당원 게시판’ 논란을 놓고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자, “이러다간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새해 예산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상되는 10일 빅데이까지는 휴전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내분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3일 국민의힘 투톱인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는 거야의 내년도 예산안 단독처리와 감사원장·검사 탄핵 추진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겨냥해 “국정 마비의 목적만 보이고 디테일로 들어가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결국 자기들 살려고 대한민국 전체를 무정부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도 야당 비판에 박자를 맞췄다. 추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은 범죄집단이 범죄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국회의 권한을 동원해 수사·감사기관에 대한 보복과 겁박을 가하는 후진국형 정치테러”라며 “더 이상 의회정치가 아닌 조폭정치에 불과하다. 무책임한 탄핵소추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삭감 예산 날치기 처리에 대해 대국민 사죄를 하라”며 “사과와 철회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떠한 추가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2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원팀으로 대야투쟁에 나서자”는 촉구가 잇따랐고, 다수 의원들이 동조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친윤과 친한은 없다. 모두가 한 팀”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도 “민주당과 싸워야지 내부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당 투톱과 의원들이 ‘당원 게시판’ 공방을 멈추고 대야투쟁에 한목소리를 내는 건 그만큼 공멸 위기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일에는 예산안과 ‘김 여사 특검법’ 처리가 예상된다. 당내 분열이 극대화되는 와중에 10일 빅데이를 맞으면 자칫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불거진 것이다. 친윤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자, “자칫 의원들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면 여권은 공멸한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한 대표도 공멸 위기감에 공감하면서 10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전에 특검법 처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가능성이 높다. 친한 핵심당직자는 2일 “특검법 반대 당론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의 휴전 분위기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친윤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10일 빅데이만 지나면 한 대표를 겨냥한 해명 압박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2일 SNS를 통해 “한 대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는 ‘가족이나 잘 단속하라’는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은 윤 대통령의 후속 쇄신을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쇄신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기조 쇄신 등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 연루 의혹이 제기된 ‘명태균·김영선 수사’를 벌이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친한 핵심당직자는 “내년 초에는 정국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더 이상 특검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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