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민주주의 파괴, 워싱턴에 딜레마”
미 언론들, 한국 계엄사태에 “광범위한 파장” … 유력 싱크탱크 “윤의 종말 초래”
워싱턴DC의 유력 싱크탱크의 경우,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윤 대통령의 향후 퇴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내놓은 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 질의에서 “윤 대통령의 국내 생존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CSIC는 “계엄 선포는 정치적 불안을 막기위한 윤 대통령의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로 보이지만, 이를 뒤집기 위한 입법부의 신속한 움직임과 지지율 10%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가 쏟아질 가능성이 윤 대통령의 종말(demise)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실시간 업데이트 형식으로 소식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해제했다. 왜?’ 제하의 기사에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과 군이, 국회의 표결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요일 새벽에 대국민 연설을 또 하고 계엄령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WP는 “(한국 시간) 화요일 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했으며(outraged)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명령은 겨우 6시간 정도 지속됐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것은 광범위한 파장(wide-reaching ramifications)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 “윤 대통령은 한국의 최대 박빙 선거 중 하나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많은 스캔들에 휩싸였다”면서 “불필요하게 보인 여러 (정부) 조치들과 함께 스캔들로 인해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몇 시간 만에 (계엄) 명령을 철회했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서울에서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에 대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인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dictatorial regime)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책략(ploy)은 긴박한 밤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한국과의 동맹 관계가 수십년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국회에서 부결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수십년간 깊이 자리잡은 민주주의가 이룬 성공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워싱턴이 동맹인 서울에 계속 의지할 수 있을지 어려운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분석했다.
NYT는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면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에 대해 “한국 의원들이 계엄령 종료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에 도전하는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윤석열 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의 밤 동안에 선포했던 계엄령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윤 대통령이 애초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과 관련해, “야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상징적 조치”라는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의 발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CNN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에 대해 “그의 유턴은 대규모로 단결된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면서 “이런 반대는 열성적인 국회에서의 투표, 비판자 및 여당에서의 규탄 분출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CNN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정치적으로 미지의 바다로 빠졌다’는 제목의 분석에서 “한국의 국내 정치는 오랫동안 분열됐고 당파적이었으나 민주주의 시대의 어떤 지도자도 계엄령 선포까지 나아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존 닐슨-라이트 케임브리지대 일본 및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CNN에 계엄령 선포에 대해 “솔직히 괴상하다(bizarre)”면서 “이는 명백히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