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계엄파문, 군의 책임 무겁다

2024-12-04 13:00:01 게재

김용현 장관 등 책임론 비등

“계엄불가” 외쳐놓고 사태주도

45년 만에 발동된 한밤중 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의 시계를 40년도 넘게 과거로 되돌렸다. 느닷없는 계엄령과 대국민 포고령 그리고 헬기를 동원한 계엄군의 투입과 시민들과의 충돌은 2024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지도자가 군을 동원해 상황을 반전하려는 유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권력 주변에 몰려 있는 이른바 정치군인들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것도 김용현 국방장관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고교 선배로 이른바 충암고 사단으로 불리는 김 장관은 직전까지 대통령 경호처장을 하며 최측근 실세로 불렸다. 임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원식 전임 장관을 갑자기 안보실장으로 보내고, 대신 본인이 직접 국방장관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9월 2일 인사청문회장에서는 야당 국회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당시 야당에서 제기한 계엄설에 대해 김용현 후보자와 신원식 당시 장관은 “(계엄을 하면) 국민이 용납하겠나. 우리 군이 과연 따르겠나.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면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도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로 며칠 뒤인 9월 5일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도 “대한민국 국군은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누가 그런 명령(계엄)을 내릴리도 없고 내린다고 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으니 국군 장병들의 진정성을 믿어주면 감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계엄을 건의한 것이 김용현 장관일뿐더러 투입된 계엄군 역시 국방장관 통제 아래 있는 1공수여단 소속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장관은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합참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총장을 추천해 계엄사령관에 앉히기도 했다.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며, 계엄지역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지체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또 계엄사령관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는 체포·구금(拘禁)·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박 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되자마자 국회와 지방의회 등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를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계엄사령관은 계엄 시행에 관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으며, 계엄지역을 전국으로 하는 경우 대통령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다.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앉힌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통상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육군총장을 선택한 것이다. 비육사 출신의 합참의장이 아니라 육사출신 육군총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2018년 논란이 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계엄문건’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짙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업무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이를 참고해 육사 출신 김 장관이 해사 출신 김명수 현 합참의장이 아니라 육사 출신 후배인 박 총장을 추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합동참모본부는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병력이 4일 오전 4시 22분부로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합참 발표 직전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고 군에 설치됐던 계엄사령부는 대통령의 담화와 함께 해체됐다.

[전문]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