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미움 받을 용기낸 지자체들
3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 동교동 사저 보존 추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앞서 구는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문희상 부이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사는 고 김대중 대통령 유족인 김종대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 대표와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 한일용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 등이다. 학계 법조계 인사가 포함된 위원회는 동교동 사저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실효성 있는 보존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마포구는 앞서 지난달 동교동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는 요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구청장 등 구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사저 매입자를 설득해 동참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 인근 도로는 ‘김대중길’로 명명하고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판을 게시했다. 명명식에서 권노갑 이사장과 구청장이 포옹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 사진도 남겼다.
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장면들이다. 그가 매번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업적을 기념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는 설명에 이어 “이념을 초월해 후손들에게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저 보존은 사실상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광주’라는 꼬리표 때문에 정치와 무관한 한 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데 대해서까지 말을 더하는 게 현실이다. 마포구가 단순히 구청장의 소속 정당과 지지자만 고려했더라면 이같은 행보는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같은 편에게 ‘미움 받을 용기’를 낸 셈이다. 물론 그 용기가 없었더라도 사저는 지켜졌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보존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미움 받을 용기를 낸 또다른 지자체가 있다. 서울 은평구는 지난 10월 독도의 날에 맞춰 불광천과 녹번천 합류 지점에 ‘작은 독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독도는 실제 크기 1/100 규모 조형물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구는 “일본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고 국내에서도 명쾌하지 않은 이유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은평구는 조형물 설치와 함께 도시 전체가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 주장에 맞서는 ‘내 곁의 독도’ 프로젝트를 펼쳐갈 계획이다. 104개에 달하는 유·초·중·고교와 연계해 안보·역사교육에 활용하는 동시에 서울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독도는 우리땅’임을 천명한다는 계획이다.
주민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 게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우선할 일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보존해야 할 역사가 있다. 미움 받을 용기를 낸 지자체들을 응원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