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전공의 복귀’ 포고령에 의협 “파업 중인 사직 전공의 없어”

2024-12-04 13:00:53 게재

“과거 직장과 계약 종료, 이미 절반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

3일 밤 4일 새벽 비상계엄령으로 전국이 요동친 가운데 계엄사령부의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 포고령에 의료계 안팎이 술렁였다. 2월에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에 대해 정부는 이미 공식적으로 사직을 허용한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포고령이 발표되고 계엄이 해제되기 전까지 밤새 의료계 안팎에서는 혼란에 빠졌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기획이사는 4일 새벽 1시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언급된 파업 중인 의료인과 관련, 현재로선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힌다”며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밝혔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 대부분은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복귀 명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이후 수련병원에서의 사직을 허용했다. 사직 전공의의 절반은 현재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들은 자신이 복귀 대상인지, 복귀해야 한다며 어디로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큰 혼란을 표시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지금 전공의 단체 대화방이 난리가 났다. 다들 혼란스러워한다”며 “지금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병원을 두고 원래 수련병원으로 가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직 전공의 B씨는 “개별적으로 복귀 명령 등을 받진 않았다”며 “다들 너무 놀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공식적으로 사직 처리된 전공의 등 의료인은 현장을 이탈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 항목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포고문을 본 시민들은 황당해 했다. “코미디가 아닌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계엄도 하지” 등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모집이 4일부터 시작된다. 수련병원별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총 3500여 명의 모집을 시작한다. 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후 필기와 면접을 거쳐 19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빅5’ 병원의 경우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각각 모집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줄이려던 수도권 전공의 비율도 유지한 채 전공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의대 증원 등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레지던트 1년차는 인턴을 마치고 지원할 수 있는데 현재 211개 수련병원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다. 내년 1월 치러질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304명이다. 올해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이들이 모두 합격한다고 해도 인턴 모집정원엔 턱없이 모자란다. 다만 내년 전역 예정인 공보의와 군의관들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내년 4월 전역 예정인 공보의 506명 중 일반의 전역자가 348명이며 군의관 전역 예정자 중에서도 일반의가 일부 포함돼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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