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소식에 긴박했던 서울시
오세훈 계엄 선포 2시간만에 “계엄 반대”
긴급회의·공공서비스 점검 서울시 ‘긴장’
라면 대량구매·식료품 사재기, 혼란 겪기도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밤 서울시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부와 모든 지자체가 긴급 상황이었지만 계엄이 실행될 경우 가장 큰 혼란을 겪을 곳이 서울이기 때문에 긴박함이 가중됐다.
공관에 머물던 오세훈 시장은 관용차를 이용할 시간이 없어 본인 차를 직접 몰고 시청으로 복귀했다. 가는 도중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11시쯤 시청에 복귀한 오 시장은 잠시 뒤 진행한 회의에서 “민생 물가 유통 교통 등 시민 일상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가 자정 넘게 진행된 가운데 오 시장은 회의 중간인 4일 오전 0시 15분쯤 자신의 SNS에 계엄 반대 입장을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되어야 한다”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구도 비상이었다. 대다수 자치구들이 구청장 또는 부구청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혹시 있을 계엄 선포 이후 상황에 대비했다.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가장 큰 혼선을 빚은 것은 계엄 이후 행정 체계 가동 문제였다. 계엄이 선포되면 서울시는 계엄사령부 산하 수도방위사령부가 관할하게 된다. 일반 행정은 기존 공공조직이 담당하지만 수방사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다.
일선 자치구에서는 1980년 이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계엄 상황으로 인해 행정 서비스 정상 운영을 우려했다. 자칫 벌어질지 모를 자치구 일상 업무 혼란 상황 때문이다. 일각에서 서울 도심에 장갑차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시민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수방사령관 체제에서 행정이 어떤 통제를 받는지, 어떤 업무가 정상 가동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건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향후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사 시 대응 메뉴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예상치 못한 계엄 선포로 대통령실과 행정부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내년엔 선거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대로라면 선거를 또한번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은 총선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경우 투개표 사무원으로 선거 업무에 대거 차출된다.
식료품 사재기가 일어난 곳도 있었다. 또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 라면을 사둬야 한다고 서두르는가 하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식료품을 준비해둬야 한다며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간부회의를 통해 “모든 공무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기 바란다”며 “시민들이 일상에 복귀해 생업을 영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