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분 계엄령’ 윤 대통령, 대한민국 혼돈 빠뜨려
치명적 후폭풍 … 대통령실, 실장·수석 일괄 사의
국민의힘, 대통령 탈당 요구·내각 총사퇴 등 논의
민주 “윤,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 돌입”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를 단숨에 44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1980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계엄령 이후 첫 선포된 비상계엄령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2024년 현재 상황이 맞는지 자기 볼을 꼬집어야 했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 침입하는 등 초유의 사태 속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155분 천하’로 끝났다. 실체 없는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을 이유로 요건도 절차도 부족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그토록 강조하던 헌법을 어긴 것은 물론 내란죄 적용까지 거론되는 등 파국으로 가는 문을 스스로 열어제꼈다.
3일 밤 10시 25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긴급 담화를 발표한 이후 4일 오전 4시 27분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수용을 밝히기까지 6시간 동안 국민들은 헌정질서가 순식간에 혼돈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 했다.
3일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군은 계엄사령부로 전환됐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 1호가 이날 밤 11시에 발령됐다. 여기에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의 계엄사 통제 △이탈 의료인 본업 복귀 위반시 계엄법으로 처단 △포고령 위반자의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4일 0시 반경 무장한 군 병력이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며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고, 국회 보좌진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맞서는 등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참혹한 장면이 이어졌다.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몰려들었고 계엄해제를 요구하며 저항했다.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여야 의원 190명은 4일 새벽 1시경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별다른 응답을 않던 윤 대통령은 이날 4시반쯤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계엄령 사태는 윤 대통령을 치명적인 정치적 위기로 이끌 전망이다. 계엄선포 전 국무회의를 거쳤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데다, 계엄 선포의 이유로 야당의 최근 감액 예산안 처리 및 정부 관료들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등 야당의 정치행위를 드는 등 절차도 내용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헌법 77조 1항은 계엄 선포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지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최고 수위의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령 선포가 “위헌·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4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5일 본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이날 오전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 내각 총사퇴를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는 의미로 실장 및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할 예정이던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순연하고, 오후 행사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도록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