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야당 폭거 때문” 책임 없다는 윤 대통령
국민 불안·혼란 야기 관련 사과 담은 대국민담화도 일단 보류
“대통령이 괴물 됐다” 여당 술렁 … 탄핵 부결 당론 지켜질까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탓”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민 불안과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격 사과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일단 보류됐다. 여당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잘못 없다’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르면 5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과를 담은 대국민담화가 일단 보류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은) 김용현 국방장관 인사 발표만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한밤에 실시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상황을 지휘한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책성 해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자진 사임으로 마무리됐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잘못된 게 아니다’는 인식을 반영한 인사로 해석된다.
대국민담화를 놓고 내부에선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비상계엄으로 각종 혼란이 야기된 만큼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잘못 없다’ 인식이 강한 만큼 하나마나 한 사과가 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는 것이다.
전날 대통령과 면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같은 대통령의 인식에 적지 않은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대통령의 이 사태에 대한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여당 일각에선 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4일 “비상계엄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들으니 말을 이을 수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계엄에 대해 ‘정치적 자살’이라고 표현하며 “절대로 동조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고 방조한 누구든 응분의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인식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여당이 전날 탄핵 부결 당론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가 돼버렸다는 것이 현 상황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이라면서 “여당이 아무리 당론을 정했다 하더라도 실제 투표장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의 인식을 거론하며 탄핵 또는 하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연욱 새미래민주당 선임대변인은 5일 “윤석열 씨가 비상계엄 선포를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했다고 한다. 비상계엄이 마치 게임이나 장난처럼 상대방을 윽박지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인식, 그 자체가 정말 놀랍다”면서 “민주주의는 결코 장난이 될 수 없다. 계엄을 게임으로 생각한 윤석열 씨는 즉각 하야하라”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