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반대에도 대통령 계엄 선포 강행
정족수 위해 일부만 소집 통보한 듯
국무위원 전원 한 총리에 사의 표명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러 국무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30분경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4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다수의 국무위원들은 계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대통령의 결정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회의에서 계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대통령은 계엄 선포 입장을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국무위원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해제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계엄 선포의 경우 심의만 거치면 될 뿐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날 국무회의 심의는 의사정족수 11명이 충족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절차 진행을 위한 법적 요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계엄안 건의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4일 국방부는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것이 맞다고 공식 확인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이날 계엄 준비가 극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면서 국무위원들은 늦은 밤 갑작스럽게 용산의 국무회의 소집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장관들의 경우 물리적 거리 때문에 서울 용산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다. 다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일부는 다른 국무위원들보다 일찍 소집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장관은 3일 오후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함께 울산에서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오후 5시쯤 송 장관을 남겨두고 이 장관만 자리를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송 장관은 의사정족수를 위해 뒤늦게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장관들은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밝히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은 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내란죄 혐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참석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무위원 전원은 한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총리는 5일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금융·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체계를 지속 가동해 신속히 대처하고, 치안 유지와 각종 재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소원·김신일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