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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시킬 트럼프의 경제정책

2024-12-06 13:00:04 게재

트럼프 대통령 1기(2017~2021년)에 미국 연방정부부채와 대외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트럼프 2기(2025~2029년)에 감세정책이 선거 공약대로 이행된다면 대내외 불균형은 더 확대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대외 불균형은 중장기적으로 달러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 나아가서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소득 항등식에 따르면 ‘소비+투자+정부지출+수출=소비+저축+조세+수입’의 등식이 성립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저축-투자)+(조세-정부지출)=(수출-수입)이다. 즉 한나라 경제에서 투자가 저축보다 많거나 정부지출이 조세보다 많으면 그 나라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게 된다. 이 경우 그 나라 경제에서 정부부채가 늘고 대외부채도 증가한다. 미국 경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가계의 높은 소비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정부지출이 조세수입보다 높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감세정책이 재정적자를 더 확대했다. 트럼프정부는 2017년에 ‘세제 감면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 TCJA)’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또 개인 소득세율은 7단계로 유지하면서 각 세율을 낮췄는데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가장 많이 내렸다.

이런 세금감면으로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2017~2021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3%로 그 이전(2000~2016년 평균 2.1%)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연방정부와 대외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방정부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03.9%에서 2021년에는 125.1%로 늘었다. 물론 2020년(GDP대비 129.9%) 코로나19로 정부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부부채가 추세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상품 관세에도 대중 무역적자 확대

트럼프 1기에 높은 관세부과에도 대외 부문은 개선되지 않았다. 트럼프 1기의 관세 정책에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주로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관세부과와 기타 국가 및 산업을 대상으로 제재가 포함되었다. 특히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불공정무역 관행,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수차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7~2021년 미국의 연평균 대중 무역적자는 3597억달러로 그 이전 5년(2012 ~2016년)의 평균인 3379억달러보다 늘었다.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도 같은 기간 2.2%에서 2.5%로 증가했다.

앞의 국민소득 항등식에서 본 것처럼 미국의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고 정부지출이 조세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외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2조1608억달러였던 대외부채가 2021년에는 53조7755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외부채에서 대외자산을 제외한 대외 순부채도 8조2584억달러에서 18조8325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대외 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9%에서 79.5%로 늘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감세와 관세를 포함한 경제정책을 내세우면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현재 21%인 법인세를 15%로 내리고 개인 최고 소득세율도 인하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관세로 교역 상대국을 협박하고 있다. ‘Trump’라는 이름의 첫 자 ‘T’는 ‘Tariff’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는 대선 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성경 고린도전서 한 구절을 차용해서 “관세는 믿음(faith), 사랑(love)을 제외하고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주요 수입상품에 20%의 관세(특히 중국산 수입상품에는 60%)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날 바로 캐나다와 멕시코 모든 제품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대외 불균형, 달러약세로 해소될 듯

그렇다면 이런 관세부과가 가능하고 이들이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 목표로 설정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이 2022년 6.6%에서 2023년 3.8%, 올해 1~10월에는 2.3%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2%를 웃돈다.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관세를 수입상품에 부과한다면 물가가 다시 오를 확률이 높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수입한 상품을 모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 트럼프는 연준을 압박해 금리인하를 요구하겠지만 연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물가가 오르면 이번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중산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미국의 실질 GDP는 8.1% 상승했으나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0.7% 감소했다. 소득 차별화와 물가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 가계와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미국의 대외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 2분기 미국의 대외 순부채는 22조5191억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부채를 미국이 지탱할 수 있는 이유는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때문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일부 혹은 전부 폐지를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일이다.

미국이 미 달러화를 무기화하면서 일부 국가들이 미 국채를 줄이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2000년 71.1%에서 올해 2분기에는 58.2%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가 2013년 말에는 1조2700억달러였으나 올해 9월에는 7720억달러로 급감했다.

2010년 이후 미국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도 미국의 대외 불균형을 지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미국 주가가 거품 영역에 있다. 11월 말 기준으로 S&P500의 실러 주가수익비율(PER)이 38.5로 장기 평균(17.2)보다 2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2000년 정보통신 거품(42.2)에 근접해가고 있다. 또 S&P500의 배당수익률이 1.2%로 사상 최저치(1.1%)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만큼 배당에 비교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덜 들어가면 미국 부채는 지탱할 수 없고 달러가치는 급락할 수도 있다. 달러가치나 주가하락은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켜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트럼프의 감세나 관세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소비 부양해 미국 관세 대응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에 위안화가치를 절하시키면서 대응할 수 있다. 위안화가치 하락은 소비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은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위안화가치 상승을 받아들이면서 내수를 부양할 것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2009년 미국 경제가 -2.5% 성장하면 세계 경제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0.1%)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2009년 9.4%, 2010년 10.6%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 당시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 것은 투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세계 평균 비중이 22% 정도였으나 중국의 경우는 47%였다.

중국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중국의 기업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고 중국 경제가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중국정부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달러 약세에 따른 위안화 강세는 중국 경제의 성장구조 변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 경제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의 감세나 관세 정책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