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피한 윤 대통령 ‘침묵’…끝나지 않은 위기

2024-12-07 23:18:46 게재

국정주도권 상실, 리더십 붕괴로 ‘식물 대통령’

국회 앞 꽉 채운 촛불 행렬 … “국민적 분노 여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직무 정지를 피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삼가는 것은 물론 별도 입장도 내지 않았다.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대통령실은 7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200명에서 5명 모자라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된 후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한 데다 ‘2선 후퇴’ 의지를 밝힌 만큼 입장문을 내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탄핵안 폐기 직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향후 국정 운영을 여당과 정부가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선두에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가까스로 탄핵을 피하긴 했지만 정치적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정운영 주도권은 고사하고 직무에서 사실상 배제된 채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전후해 국회 앞 대로를 꽉 채운 시민들이 보여주듯,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가 끝은커녕 오히려 시작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회 앞을 가득 채운 탄핵 시위대를 보며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국민적 분노를 느끼지 않았겠냐”면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며 여권 분열을 끊임없이 재시도하리라는 점에서 험난한 시험대를 여러 번 통과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12.3 비상계엄의 충격이 여전한 만큼 야권은 여론전을 이어갈 테고, 이 때마다 여권의 단일대오는 시험대 앞에 놓이게 된다.

12.3비상계엄 관련 각종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내란죄 관련 수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범죄수사처까지 내란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대통령은 재직 기간 중 형사상 소추에서 면제되지만 내란죄만은 예외다. 형법 87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처하게 돼 있다.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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