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트라우마’ 국민의힘 탄핵보단 ‘하야’
“질서 있는 퇴진 방안 논의중”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을 오는 1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다. 7일 탄핵안 표결에서는 탄핵 반대 당론을 관철시켰지만 3명의 이탈자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이 방식이 계속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조속한 퇴진 로드맵 실행으로 탄핵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9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당내에서 탄핵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빨리 제시하기 위해서 중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9일 오전 9시 비공개 최고위원위회를 열었고 오전 11시 긴급 의원총회도 진행했다. 또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5선 이상 중진 의원 회동도 같은날 열린다. 계속 되는 회동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조기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등 정국 수습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을 퇴진 방안이 ‘시간끌기’로 비춰질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오는 12일 발의해 14일에 표결하기로 예고한 상태다.
조해진 국민의힘 김해시을당협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2차 탄핵안 표결 참여와 관련해 “아무래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담을 조금 더 느끼는 쪽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측면도 있고 민주당이 하는 행태에 대한 반감도 또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CBS 라디오에서 “오늘 논의를 하겠지만 사실 그게(탄핵 반대 당론) 언제까지 이렇게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있다”면서 “아마 의원들에 대한 지역구에서의 압박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적인 해법은 탄핵과 하야가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탄핵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고 한동훈 대표와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일정을 밝히고 하야에 대해 제시하는 것들이 훨씬 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쉽사리 탄핵 찬성에는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남긴 충격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당의 탄핵 트라우마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전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