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국무회의록 조작 가능성 높다
기록자 없고, 녹취록 확인 안돼
대통령실·국방부 협조여부 관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개최한 국무회의 회의록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작성해야 하는데 참석자들이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일부 내용을 조작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무회의록은 이번 사태의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증거다.
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의정관이 국무회의가 열린 지 6일이 지난 8일 현재 관련 회의내용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무회의가 비정상적으로 소집된 탓에 간사인 의정관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탓이다.
정상적인 국무회의의 경우 의정관이 간사를 맡아 국무회의 사회를 보고 회의록을 작성해 보고한다. 하지만 당시 의정관은 회의 개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부터 비상계엄 이전까지 열린 국무회의 145건 가운데 의정관이나 직무대리가 참석하지 않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113건은 의정관이 참여했고, 11건은 의정담당관이 참석했다.
관건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정관이 어떻게 회의 자료를 확보하느냐다. 관련 자료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의정관은 회의 개최 3일 뒤인 지난 6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과 계엄선포 안건을 건의한 국방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의정관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8일 이상민 장관 사퇴 후 고기동 차관 주재로 열린 긴급간부회의에서 김한수 의정관이 잘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의정관은 언론 취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및 회의 등 각종 자료의 기록 및 정리 업무를 하는 곳은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의 메시지비서관실이다. 다만 이번 국무회의는 극비리에 최소한의 인원으로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어느 비서관실에서 실무를 주관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메시지비서관실, 의전비서관실, 국방비서관실 등이 거론된다. 내일신문은 8일 대통령실 메시지비서관에게 국무회의 기록과 관련해 질의하기 위해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취재를 시도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번 국무회의록이 중요한 이유는 비상계엄 사태의 위법성 여부와 국무위원들의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록은 ‘국무회의 규정’ 제11조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2항에 따라 작성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무회의록에는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사항 및 표결 내용’이 담긴다.
국무회의록이 정확하게 작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통령실이 생산한 녹취록이 있어야 한다. 참석자들의 메모나 구술로는 정확한 회의록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녹취록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혹여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당시 계엄이 내란죄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출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부실하거나 부정확한 회의록이 작성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매우 중요한 기록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선 당연히 녹음 등을 통해 대통령 기록을 생산할 의무가 있다”면서 “행안부 의정관도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이뤄졌는데 대통령실에선 당연히 대통령 발언을 녹음했어야 하고,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대단히 허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위원들의 계엄안 부서(서명) 여부도 쟁점이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계엄선포 제안자인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이 전자문서에 부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 계엄 결정이 위법하다면 참석한 국무위원, 특히 의안에 부서한 국무위원이 공범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부서한 세 사람 중 김용현 국방장관은 긴급체포 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피의자로 입건됐다. 남은 사람은 대통령 탄핵이나 궐위 시 권한대행 가능성이 높은 한덕수 국무총리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계엄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다는 부분에 대해 (총리가) 부서를 한 것”이라면서 “부서를 했다는 게 이 안건에 대해 찬성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신일·박소원·김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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