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내란 우려, 대통령 즉각 하야·탄핵만이 해결책
‘내란’ 6일째, 국정 최고 책임자는 여전히 윤석열
‘한·한 국정협의’ 위헌 논란, 실효성 없고 혼란 가중
‘내란 혐의자’ 수사 확대 … 야당 “14일 탄핵 표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내놓은 ‘질서있는 퇴진’ 방안이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시도의 정점에 있는 윤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 있는 한 법적·정치적 실효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권한 위임 의사를 밝힌 윤 대통령은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법조계 다수는 ‘자진 사퇴나 국회의 탄핵’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국정에 관여하지 않고 총리와 여당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을 앞두고 “당에 일임하겠다”는 약속을 근거로 했지만 “정부여당이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회견을 열고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대통령 권력의 부여도, 권한의 이양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그 절차는 헌법과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통령이 유고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시 2선 후퇴를 시키고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여당 대표가 함께 행사하겠다는 해괴망측한 발표”라며 “법적 권한없는 위헌 통치”라고 반박했다.
법조계도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한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서 정당성을 부여해야 지위가 인정되고 권한 행사도 정당화 되는 것”이라며 “선출한 적이 없는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위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책임총리를 말하는데 현행 체계에서는 대통령과 별개로 임의로 할 수 있는게 없다”면서 “대통령이 물러나 권한대행이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담화와 달리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국정책임자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 요구로 12.3 비상계엄 해제 후 진실화해위원장·국정원 1차장에 대한 인사에 이어 8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된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이 무색하다.
윤 대통령이 법적 근거가 없는 ‘한·한 공동운영’ 구상을 뒤집고 인사·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학자 570여명은 8일 시국선언을 통해 “임기단축이나 몇 개월 후 하야 등은 자격없는 자의 손에 계속 국가를 맡기는 것이기에 불안하다”면서 “탄핵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수습책이 실효성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 야당은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표결을 다시 시도한다. 민주당은 매주 탄핵안을 발의해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7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집단불참한 여당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예정이다. 9일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등을 발의하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위원직 제명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별도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고, 경찰 특별수사단은 수사인력을 확충하며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경쟁적 수사가 계엄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밖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심 광장에서는 주말 내내 탄핵 무산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명환·박소원·김선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