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연루 국가기관, 조직 초토화 위기에 떤다
특전사·방첩사 등 군 내에선 증언 잇따라 … 국회 통제 관여 경찰 수뇌부 출금
국정원장, 계엄 선포 국무회의 배석 … 정치인 체포 지시 놓고 내부 진실공방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주요 국가기관들이 12.3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초토화될 위기에 처했다. 군 지휘부는 권력자의 지시에 맹종했다가 내란 사태가 부른 후폭풍이 현실화하자 뒤늦게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주요 국무위원들은 당일 국무회의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 수뇌부가 국회 출입 통제 등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진 경찰에선 내란죄 수사에 총력을 다하며 조직의 명운을 건 수사중이다. 각 조직들 내부에선 당시 불법 계엄에 저항한 눈물겨운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10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각 국가기관에선 내부증언과 양심선언이 잇따랐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선언을 했다. 김 단장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며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곽 사령관의 지시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받은 지시를 전달한 것이었다. 특히 부대원들에 대해 “김 전 장관에게 이용 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 방첩사에서도 내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방첩사 법무관 7명은 계엄의 부당성을 밝히며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현장 지휘관들은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고 라면을 먹는 등 시간을 끌며 병력 진입을 늦추며 최대한 지시 실행을 늦췄다.
다른 증언에 따르면 당시 중앙선관위로 출동한 팀은 포렌식 장비를 지참하지 않는가 하면, 장비를 지참한 팀도 실제 사용은 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부당한 지시에 저항했다.
이는 권력자의 지시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지휘부와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민 포고령에 대해 법적 검토 여부를 묻긴 했지만 날짜만 고쳐 포고령을 발표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군인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방첩사가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준비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된 데 대해선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면서 “방첩사는 기무사 해체 트라우마로 부대원 모두가 계엄령에 매우 민감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에선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느냐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고 조태용 국정원장은 그런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 중이다. 조 국정원장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찰 수뇌부의 국회 출입 통제 관여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직의 명운을 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회 출입통제와 관련해 “내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발령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이를 따를 의무가 생긴다”고 말했다. 내란 사태를 수사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은 물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핵심 간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내란죄) 수사에 적극 나서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면서도 “다들 자기들이 살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