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 기각 가능성에 다 건다

2024-12-12 13:00:12 게재

①내란죄 구성요건 안 되고 ②고도의 정치행위 사법 심사 대상 아냐 주장 퍼트려

‘형사소송 진행시 심판절차 정지 가능’ 헌재법 51조 적용으로 시간 끌기도 기대

왜 하야보다 탄핵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퇴진’보다는 탄핵심판을 받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법리 싸움을 벌이면 자기가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박근혜 데자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 당시 국민여론과 달리 기각을 확신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 역시 ‘딴세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과 대국민담화(7일) 이후 5일 만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번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 수사 및 탄핵심판 대비에 나서면서 친윤 인사들은 잇따라 이번 비상계엄이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고도의 정치 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 현안 질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총대를 멨다. 윤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죄가 구성되기 위해선 국토 참절이 있어야 하고, 국헌 문란이 있어야 한다”라며 “형법상 국헌 문란은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고, 또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고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계엄이) 이것에 정확하게 맞는가. 당시 상황을 보면 언론사, 방송사에 군대가 다 안 갔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만 갔다”며 “이 법조문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법무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점도 내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례까지 들면서 고도의 정치행위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탄핵심판에 들어갈 경우 또 하나의 이점은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이 시간끌기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현재 헌법재판관 구성을 따져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3명 공석의 6인 체제로, 신임 재판관 임명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데 현 6인 체제로는 당장 오는 14일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 해도 곧바로 재판을 시작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연내에 통과시키는 등 최대한 속도전을 펼 예정이어서 이같은 계산이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법 51조 활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헌재법 51조는 ‘탄핵 사유와 같은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될 경우 탄핵 심판을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를 근거로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탄핵 재판을 멈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내란죄 사건의 수사와 법원 선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탄핵심판 절차가 미뤄질 수 있다. 원칙대로라면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라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지만 늦출 수 있는 셈이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는 이 법조문을 적용받았다. 헌재는 손 차장검사의 51조 적용 요청을 받아들였고 현재까지 탄핵심리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법조계 판단은 엇갈린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재로서는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빨리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굉장히 집중적으로 심리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 63일, 박근혜 대통령 때 91일로, 훈시 규정인 180일보다 훨씬 일찍 결론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시간끌기가 현실화될 경우 탄핵 심판 결과가 차기 대선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조기대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최종심에서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내년 상반기 중 이 대표의 항소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퇴진을 최대한 미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김형선·박소원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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