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정년연장 등 ‘노동개혁’ 좌초위기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중단
연내 ‘계속고용 로드맵’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오던 계속고용 및 근로시간, 격차해소 등 노동개혁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계엄사태 직후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연내 수립 목표였던 정년연장을 포함함 고령자 ‘계속고용 로드맵’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60세 법정 정년과 연급수령연령(1969년생 이후 65세)의 차이로 발생하는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간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자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일괄적인 정년연장 대신 정년 이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를 발족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경사노위가 연내 로드맵을 도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 계엄사태 직후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경사노위에서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 참여 잠정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위는 12일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내년 1월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근로시간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경사노위 일·생활균형위원회는 현재 1주인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경영계가 ‘기업경쟁력’을 이유로 요구하는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불러온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5월 민생토론회 때 의제로 ‘노동약자 보호’를 제시하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도 탄핵정국으로 제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동약자지원법’은 시혜적인 지원에 그쳐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내란 범죄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탄핵이 끝이 아니다”라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모든 노동자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탄핵을 확정지을 헌법재판소 판결 뿐만 아니라 흔들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많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남겨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정책 추진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16일 열린 전국기관장회의에서 “현 상황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런 때 일수록 고용노동분야 민생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공직자들은 국민들께서 불편함이 없도록 현장을 중심으로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노사관계, 일자리 및 산업안전 등 고용부의 업무와 관련해서 “특수형태근로자(특고)나 플랫폼종사자, 영세 사업장 및 건설근로자 등 대상자별 세심한 지원과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현장 행정을 강화할 것”과 노사갈등에 대해서는 “어렵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에 어려움을 겪는 쉬었음 청년 등에 대한 맞춤형 취업지원·직업훈련 제공과 함께, 동절기 산업현장의 화재·폭발 등 산업안전 사고 예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계속고용·노동시장 격차해소 등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가 함께 사회적 대화를 다시 이어가 줄 것”을 요청하고 “청년 일경험 등 국민들의 민생과 직결된 사업은 내년 초부터 신속히 집행하도록 준비해서 일자리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라”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