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식품에 선긋기’ 우리 식탁은 안녕하신가
일전에 어떤 지인이 “사과 하나는 금쪽”이라는 말은 사과가 귀한 시절에나 하던 말이지 사과뿐 아니라 대부분 과일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혈당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먹으면 안되고 차라리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강변을 했다. 그러나 사과의 혈당지수(GI)는 40 정도로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에 속한다.
가까운 가족 중에도 달걀부침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있다. 이유인즉슨 기름이 너무 유해하다는 것이다. 기름이라는 것은 먹어선 해가 되는 식품으로 선을 긋는다.
지방은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에너지 공급, 단열, 장기의 보호, 비타민 흡수, 호르몬 합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비만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나 필수 지방이 부족하면 뇌 기능 저하, 면역력 감소,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식품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주위에 의외로 많이 있다.
연령 및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1인 가구 구성원은 TV 미디어 및 인터넷상에서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최소한 1개 이상 본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층뿐 아니라 이미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며 노년층의 80% 이상이 인터넷을 쓰며, 인터넷 먹방 쿡방을 시청하고 있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위에 적은 여러 경로를 통해 고정적으로 시청한다는 것은 식생활에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의미하며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라 생활양식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선긋기의 태도를 강화해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디어의 일방적 습격, 정보 편식 우려
TV 아침 프로는 모든 채널에서 식품이나 건강에 관련한 주제로 편성되어 있다. 대부분 프로그램은 일반인을 대표하는 패널 몇 명, 식품영양이나 식품전문인 혹은 조리 관련인, 가끔 운동 치료사 그리고 빠짐없이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으나 전문의의 의견이 중심인 포맷이다.
미디어는 쌍방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방적인 정보전달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식품의 효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극적 표현과 과장광고 기법을 사용한다.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특정 식품의 유익함만 강조해 부작용이나 제한사항에 대한 정보는 소홀하다.
식품을 하나의 단일물질로 간주하고 이를 신체의 유익 혹은 유해 쪽으로 대응하는 선긋기는 마치 어떤 병을 얻었을 때 이에 대한 대증치료를 위한 처방전을 쓰는 논리와 비슷하다. 식품은 다양한 유기 화합물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퉁쳐서 하나의 이것은 비타민C 식품, 저것은 지방 식품 이렇게 보통명사로 부른다는 것은 요새 시류 중 없어져야 할 일반화의 오류와 같다.
플랫폼에서 특정 식품에 대한 리뷰와 광고가 쏟아질 때 소비자들은 스스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발언이 포함된 콘텐츠는 대중에게 더 큰 신뢰를 주지만 그 정보가 상업적 이익에 기반할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인식하고 플랫폼을 대해야 한다.
한편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식품정보는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더 균형 잡힌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특정 식품의 효능뿐만 아니라 부작용, 제한사항,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른 효능의 차이점 또한 함께 알려야 한다.
식품을 판단하는 능력은 인문학에서 말하는 리터러시(literacy)의 개념과 매우 비슷하다. 식품 분야는 푸드 리터러시(food literac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양 리터러시는 음식의 정보의 이해능력에 가깝다면 식품 리터러시는 식품정보 활용능력과 사회적 환경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를 지켜주는 푸드 리터러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바른 식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가깝게는 개인에게 그다음 가족, 그리고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 식품 리터러시의 주요요소는 당연히 지식(영양소 이해, 유익 유해의 구분 능력, 식품 정보 이해 등)이며, 다음은 기술(고르고 판별하는 능력, 음식의 준비, 저장, 재활용 능력), 태도와 인식(건전 식습관의 중요성 인식과 환경과 지속 가능성 인식), 비판적 사고(광고, 마케팅 등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가짜정보를 구분하는 능력) 등이다.
앞으로 1인 가구는 모든 세대에 증가할 것이다. 그런 만큼 푸드 리터러시는 남녀노소와 관계없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2025년에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푸드 리터러시 교육이 반드시 체계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