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 경쟁력의 핵심, 전력 탄소배출계수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전기는 발전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실제로 화력발전소에서 열원으로 투입되는 석탄과 LNG를 연소하는 동안에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음료를 섭취하려면 원유를 가공해 PET병을 만들고 PET병에 담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음료는 냉장고에 보관된 후에 필요할 때 섭취하고, 섭취한 후에 PET병은 재활용품으로 버려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기가 없으면 가동되지 않는다.
실제 식품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50%, 자동차를 구성하는 철판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60% 이상, 의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0% 이상이 전기가 원인이다.
내후년 EU 수출 6개품목 인증서 구매해야
2015년 12월 국제사회는 우리 인류의 미래위기 요인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산업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 부문에서도 저탄소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며 불필요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소비패턴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 국제무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제품의 수출입을 막는 제품탄소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2026년 1월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6대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EU의 배출권 가격이 높아지면 인증서 구매비용도 올라가므로 우리 수출 기업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2025년 2월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수출하는 기업은 전과정평가를 활용한 배터리의 탄소발자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EU는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 제품의 구성소재와 전기 등에 대한 일차 데이터를 활용한 탄소배출계수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차 데이터에 의한 배출계수가 없으면 ‘기준 배출량(Default Value)’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 수출기업은 한국전력에서 매년 발전상황을 반영해 개발한 전기 탄소배출계수가 공개되지 않아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전기 탄소배출계수 등 이차 데이터를 사용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탄소배출계수 공개로 수출경쟁력 확보
물론 국내 일부 발전사들은 일차 데이터인 실제 발전상황을 반영한 전기탄소배출계수를 공개하고 있다. 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유연탄 발전은 1kWh당 0.891kgCO₂eq., 서부발전 군산발전본부는 LNG 복합화력발전 1kWh당 0.51kgCO₂eq. 등이다.
하지만 같은 발전원에 대해 국내 수출기업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유럽 온실가스배출량 플랫폼 ‘에코인벤트(Eco-Invent)’가 제공하는 한국의 전기 탄소배출계수는 각각 1.22kgCO₂eq.와 0.609kgCO₂eq.다. 일차 데이터가 아닌 기준배출량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차 데이터를 활용해 인증받은 탄소배출계수보다 에코인벤트의 계수가 최소 10% 이상 탄소배출량이 많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에코인벤트 등에서 제공한 전기 1kWh당 탄소배출계수를 사용하면 수출품의 탄소배출량을 과다 계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발전사들은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 매년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발전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1kWh당 탄소배출계수로 공개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국내 수출품의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전과정평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