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원화가치 안정화가 관건이다
윤석열발 12.3 내란사태로 한국경제는 한때 큰 두려움에 휩싸였다.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환율이 급등했다. 무엇보다 한국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수십년 동안 피땀 흘려 일군 성취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위기에 몰아넣었다.
경제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등장했던 ‘경기회복’ 문구가 14개월 만에 아예 빠져버렸다.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송년회와 행사가 취소돼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지정하면서 해외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악영향이 점차 가시화됐다.
탄핵 가결 후 각종 지표 안정됐지만 고환율 상태 여전
다행히 주가는 다시 회복해서 내란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기만 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일부나마 매수로 돌아섰다. 최악의 악영향은 모면한 셈이다. 그렇지만 환율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란사태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를 밑돌았지만 직후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1450원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 이후 소폭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1430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됐다.
오늘날 환율은 국가경제의 건강성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유력한 척도다. 한국같은 개방경제에서는 환율이 금리보다 특히 더 민감하다. 실제 최근 많은 기업과 금융사에서 환율급등을 우려하는 소리가 커졌다. 제조업의 원자재 수입원가가 크게 올라가고 외화부채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재무건전성이 훼손된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내수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경제 불확실성을 씻어내고 경제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렇기에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부결되거나 불성립으로 끝났다면 환율이 더욱 크게 요동쳤을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여건은 일단 개선됐다. 이럴 때 환율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5일 해외의 주요기관에 일종의 특사를 파견하고 설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대책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진다. 필요하다면 정치권에서도 함께 움직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런 일치된 노력을 통해 원화가치의 추가하락을 방지해야 한다. 우선 최소한 내란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 대책만으로 충분한 것은 물론 아니다. 대외신인도가 근본적으로 회복되고 안정돼야 한다. 특히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소 긴 안목에서 꾸준한 노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를테면 상법개정과 재벌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도 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한국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신뢰를 제고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 긴장도 완화되는 것이 긴요하다. 다만 대통령권한대행 체제에서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라도 정부와 여당 야당이 뜻만 모으면 못할 이유는 없다.
‘위험자산’ 불명예 벗어나기 위한 의지와 정책 필요
한국이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최근 환율동향을 보면 아직 멀어 보인다. 해마다 수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나라에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으로 선진경제에 들어서려면 환율이 하향안정 돼야 한다. 그래야 국내 물가도 더 안정되고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과 내수가 선순환한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화가치가 다소 흔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많지 않다면 크게 요동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스스로 튼튼하다면 외부로부터 충격이 닥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화가치 안정을 위한 중장기 과제들을 잘 살펴서 필요할 때에 필요한 조치를 놓치지 말아야 된다. 지금 원화는 국내외에서 모종의 사건들만 일어나면 팔아치우는 대상이 되어 있다. 한마디로 ‘위험자산’으로 간주된다. 이제는 그런 불명예스러운 신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와 정책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