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정책 결과…"단기적으로 지출 줄지만 장기적으론 늘어"
“사용량 증가, 특허약 선호 탓”
기업행태 고려한 정책 설계 필요
정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약가인하정책으로 단기적으로 비용 지출이 감소되지만 장기적으로 되레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행한 이슈리포터에서 강창희 중앙대 교수 전현배 서강대 교수 최윤정 연세대 교수 등은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중 ‘동일성분 동일가격’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은 가장 강력한 의약품 가격인하 정책으로 알려졌다. 복제약 가격을 인하해 국민 부담과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줄이며 복제약과 내수 중심의 매출구조를 지닌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고자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1월 약제급여목록 기준으로 모두 1만3814개 품목 가운데 6506개 품목(47.1%)의 가격인하로 건강보험 적용의약품의 평균 14%의 가격인하를 이뤘다. 약 1조7000억원의 약품비가 절감됐다. 건보재정은 1조2000억원 환자본인부담은 5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일괄 약가인하 관련 연구결과, 약품비 지출이 단기적으로 감소한 셈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증가했다. 그 원인으로는 의약품 사용량 증가와 처방 과정에서 고가나 특허(오리지널)의약품의 선호가 유지 증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2012년 일괄 약가인하는 2013년도 약가인하 노출 기업의 매출액을 미노출기업 대비 약 34%를 감소시켰다. 2019년까지 약 26~51.2%의 매출을 줄인 효과가 지속됐다.
강 교수 등이 96개 기업의 매출액 시계열을 살펴 본 결과, 매출액 평균값이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약가인하 이후 중간 혹은 강하하게 영향을 받은 기업그룹의 매출 성장세는 약하게 노출된 기업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됐다.
약가인하 이후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이 늘었다. 약가인하 이전에는 급여·비급여 의약품 모두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약가인하 이후 인하 영향을 받은 기업의 경우 비급여 생산액의 증가가 컸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은 기업의 경우 급여의약품 14~65%가 낮게 나타났다. 급여의약품의 생산액 비중이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16년부터 20~36%p까지 급여의약품 비중이 줄었다.
약가인하 후 기업의 경영 행태로 급여품목이지만 인하되지 않은 전문의약품 비중을 증가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약가인하에 영향받은 기업들의 미인하 급여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2012년 약 0.6%p 증가한 이후 2018년까지 최대 10.5%p까지 증가된 상태를 유지했다.
약가인하 이후 수입의약품 연계 매출 비중이 늘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 ‘의약품 수입실적 데이터(2009~2019년)’를 이용해 매출액 상위 26개 기업에 대한 수입의약품 매출액 비중 변화를 보면 2012년에는 약가인하 영향 기업의 수입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2012년에 약 3.5%p 증가한 이후 2019년까지 2.2~3.8%p 증가된 상태가 유지됐다.
강 교수 등은 △비급여 의약품 생산 증가는 소비자의 보장성을 오히려 악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고가약으로 대체 그리고 의약품 지출 증가로 나타날 수 있음 △자체 생산 줄이고 외주 유통상품 생산 등 증가는 국내 제약기업의 자체 생산 기반과 공급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음 △수입의약품 연계 제품 증가는 소비자 약품비와 건보재정 부담 그리고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강 교수 등은 “(정부의 약가정책이) 제약기업의 복합적인 행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시장구조 형태와 성과를 고려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