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체코 ‘세밑·세초’를 엿보다
강남구 각국 대사관·문화원 손잡고
주민들에 문화특강 · 현지체험 선물
“체코는 가봤는데 프랑스하고 스페인은 못가봤어요. 미리 간접경험 하는 거죠. 음식 소리를 듣자마자 침이 꿀꺽 넘어가더라고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50대 주민 이수민씨. 시간 날 때면 들르는 논현글로벌평생학습센터에서 ‘숨은 진주’를 찾았다. 유럽 3개국 크리스마스와 신년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강좌다. 체코부터 스페인 프랑스까지 3개국 세밑·세초 풍습과 음식 등 고유한 문화를 공유하는 크리스마스 체험행사를 두루 섭렵한 그는 “자치구인데도 수준 높은 과정이 많다”고 평가했다.
26일 강남구에 따르면 올해 1월 문을 연 논현글로벌평생학습센터는 어학과 세계 문화를 특화한 학습공간이다. 전문기관과 협업해 짜임새 있는 과정을 제공하는데 ‘글로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좌들이 눈길을 끈다. ‘영어 소설 재미있게 쉽게 끝내기’ ‘입문자를 위한 이탈리아어 첫걸음’ ‘한국외대와 함께하는 스페인어’ ‘프랑스 대사관 어학센터와 함께하는 프랑스어’ ‘우아한 필체 : 영문 캘리그라피’ 등이다. 주한 외국대사관과 함께하는 문화특강, 어린이 방학특강 등도 있다.
지난 12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진행한 ‘유럽 크리스마스 체험’은 스페인 체코 프랑스 3개국 문화원·대사관과 협업한 과정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단돈 5000원으로 기독탄신일 전통을 주제로 한 전문 강사 강의를 듣고 현지인들이 즐기는 음식과 음료 등 체험을 하도록 꾸몄다. 이지원 주무관은 “3개국 대사관·문화원과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유럽 최대 명절과 풍습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나라별로 30명씩 모집했는데 대기자가 20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크리스마스와 ‘동방박사의 날’ 전통 강좌는 라파엘 부에노 마르티네즈 세르반테스 문화원장이 맡았다. 전통 후식을 맛보고 포도 12알을 맛보며 12월 31일 자정 풍습을 공유했다. 총 12차례에 걸쳐 시계 종이 울릴 때마다 포도를 먹는 스페인 전통이다. 이어 미샤 에마노브스키 체코문화원장은 크리스마스 음악과 과자 장식을 통해 현지인들이 즐기는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 세실 페이(아주대 교수) 주한 프랑스대사관 어학센터 강사가 고국의 세밑·세초 풍경을 공유했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각 지역 크리스마스 장터 소개에 이어 ‘성 니콜라스 축일’과 주현절 등 12월부터 1월에 걸친 각종 기념일을 소개했다. 지역별로 연말·연초에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하고 이어 대표적인 후식과 술을 수강생들과 함께 즐겼다.
자곡동 주민 김진욱(58)씨는 “와인 강좌를 듣다가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평생학습센터 강좌가 다양하고 특별해 다음에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따라 강남 왔다’는 송파구 가락동 주민 송귀상(58)씨는 “현지를 방문해도 크리스마스에는 대부분 상점가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그 문화를 접하기 어려웠다”며 “간접적으로나마 좋은 체험을 했다”고 전했다.
강남구는 앞서 지난 11일 3개국 대사관·문화원과 협약을 맺고 평생학습 과정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어학·문화 강좌를 비롯해 전시·행사 공동 개최, 인적자원 교류까지 협약에 담겼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지난 5월 세계인의날 기념 특강과 크리스마스 체험에 이어 각국 문화체험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양질의 평생학습 과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