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암호화폐 정책, 청정에너지 부양 역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발전과 확산에 진심이다. 이는 의도치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각) “바로 그가 수년 동안 비판해왔던 청정에너지업계를 부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AI 모델과 암호화폐 채굴팜을 구동시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WSJ에 따르면 발전업계 경영자들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기존 전력기업들의 모든 발전량을 집어삼킬 태세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데이터센터 1곳은 중급 규모 도시만큼 에너지를 쓴다.
미 공화당 상원 케빈 크래머(노스다코타주) 의원은 “미국은 신재생에너지든, 화석연료든 생산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에너지기업 주식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전통, 신재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원천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거대 유틸리티기업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치는 올해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상위 2번째 기록이다.
유틸리티기업 경영자들은 새롭게 추가되는 전력 수요를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태양광·풍력 프로젝트가 전력 수요를 대는 가장 신속한 경로라는 입장이다. 일부 기술 대기업들이 고려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완공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사 ‘인터섹트 파워’의 CEO 셸든 킴버는 “신재생에너지는 급증하는 수요에 즉시 공급할 태세를 갖췄다. 다른 종류의 에너지는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성장세는 폭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은 최근 구글, 투자기업 TPG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위한 신재생발전과 배터리저장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3개 기업은 2030년까지 200억달러 투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청정에너지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구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크루소’의 CEO 체이스 록밀러는 “전력 수요 급증은 수많은 청정에너지 기술들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소는 최근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와 엔비디아,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6억달러를 투자 받았다.
트럼프 당선으로 청정에너지업계가 최후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 트럼프는 첫번째 임기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바이든정부가 2022년 제정한 기후관련 법안을 폐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풍력에너지, 전기차에 대한 비판도 지속적이었다.
하지만 AI와 암호화폐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방향은 투자자들이 그같은 두려움을 거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트럼프는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삭스를 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두 산업은 미국의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생산이 늘어야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AI 군비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챗GPT 제조사 오픈AI는 미국의 전력인프라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태양광 풍력 원자력을 허용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송전과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에너지개발기업 ‘인베너지’의 송전부문 대표 샤상크 세인은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전력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베너지는 대규모 송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발전을 캔사스에서 미주리, 일리노이를 거쳐 인디애나까지 보내는 사업이다. 미국 에너지부 대출프로그램 책임자는 최근 캔사스에서 미주리까지 전력을 보내는 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을 위해 인베너지에 약 50억달러를 대출한다고 밝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