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주변에서 더 놀란 ‘한덕수 미스터리’
양곡법 등 이어 쌍특검 거부권 시사, 헌법재판관 임명도 ‘강경’
“정치적 계산 없이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라 봤는데 배신감”
보수본색? 윤 대통령 정 떼는 시간? 무속 심취한 부인 영향?
“계엄 못 막은 데 대해 머리 숙이고 국민들에게 미안해하던 그 사람은 어디 갔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양곡법 등에 이어 쌍특검(내란특검법,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시사는 물론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주변에선 놀라워하는 반응 일색이다. 특히 한 권한대행을 모셨거나 주변에서 지켜봐왔던 인사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주로 내놨다. 한 인사는 “한덕수 미스터리”라고 칭하기도 했을 정도다.
2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탄핵 압박을 높이는 것과 관계 없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중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정을 다루는 곳에 자꾸 정치적 입장을 정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권한대행은) 원칙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기존에 밝혔던 입장, 즉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2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는 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예상 외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정치권은 물론 한 권한대행 주변에서조차 일종의 ‘충격파’가 감지됐다. 한 권한대행의 총리직 수행을 지켜봤던 한 인사는 “정치적 계산 없이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았던 것 같다”면서 ‘배신감’을 토로했다.
야당 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격분이 터져나오자 이를 중재하려 애썼다는 한 인사는 “계엄 국무회의에 대해 국회에서 질의가 이어졌을 때는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지 않았냐”면서 “그때 그 한덕수는 어디로 간 거냐.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선 결이 다른 놀라움이 터져나온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일종의 고마움 섞인 반응을 내놨다.
해석은 여러 갈래다. 일단 정치색 없이 좌우 정부를 오가던 그가 드디어 보수본색을 드러내고 정치의 길로 나섰다는 해석이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슈를 계속 타고 본인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덕수 대권설 관련해) 본인이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덕수 대권설’이 제기되자 한 권한대행이 뭔가 ‘미몽’에 빠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계엄을 반대했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깊이 관여했던 것 아니냐, 정치적 역풍과 탄핵 정족수에 대한 법적 논란 때문에 끝내 권한대행 탄핵은 힘들 거라 보는 거냐 등의 다양한 해석이 정치권에 넘쳐난다.
급기야 무속 관련설까지 등장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 부인이) 무속에 심취돼 있다”면서 “한 총리가 진짜 애들 말로 끽소리도 못 한다 부인한테. 한 총리도 무속에 지배를 받고 있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권한대행의 강경한 입장이 어떤 배경을 갖고 있든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결국엔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한 권한대행은 계엄을 못 막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총리, 권한대행 역할도 다하지 못한 채 탄핵까지 당한 총리로 54년 공직자 인생을 불명예 마감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서 “원리원칙대로 가면서 살 길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