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탄핵, 그때마다 진보비중 높아져…‘샤이보수’ 확산
박근혜·윤석열 탄핵소추안 통과후 진보층 30% 후반대까지 확장
“노무현 탄핵때 첫 등장” … 여론조사에 진보층 의견 과다 반영
‘침묵의 나선효과’ 작동 …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방어 중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보수진영의 ‘침묵의 나선효과’가 작동하면서 ‘샤이보수층’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지지율 급등 등 진보진영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는 여론조사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층이 26.5%, 중도층이 25.0%였으며 진보층은 35.5%에 달했다. 진보진영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념성향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보수층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이뤄진 게 이달 1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직후의 여론조사(10~12일)에서도 보수진영은 24.5%에 그친 반면 중도는 32.8%, 진보는 32.2%였다. 1주일 만에 중도가 줄고 진보 비중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상계엄 이전엔 어땠을까. 지난달 26~28일 조사에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비중이 각각 26.1%로 같았고 중도는 35.6%였다. 같은달 19~21일 조사 역시 보수 26.5%, 진보 28.1%였고 중도는 33.0%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치면서 진보진영의 여론조사 참여도가 높아졌고 보수진영은 숨을 죽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최순실 사태가 수면 위에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전인 2016년 8월말(23~25일) 조사에서는 27.8%가 보수였고 진보는 24.9%, 중도는 25.6%였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돼 표결을 앞둔 2016년 12월 6~8일 조사에서는 진보진영의 비중이 30.0%로 뛰어올랐고 보수는 25.8%에 그쳤다. 중도가 29.9%였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13~15일)에도 보수는 27.4%, 중도는 24.5%에 그친 반면 여론조사에 참여한 진보 진영 비율은 32.5%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한나라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샤이보수’ 현상이 여론조사상 처음으로 포착됐고 두 번째로 크게 나타났던 게 박근혜 탄핵 전후, 그리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까지 크게 탄핵정국 3번에 걸쳐 보수층의 침묵의 나선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서 “이념 성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진보 진영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해 표집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엔 민주당 지지율이 40%대로 치솟고 새누리당은 10%대로 주저앉았던 것에 반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에도 국민의힘 역시 24%로 버티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48%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국민의힘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이나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여전히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70세 이상에서도 51%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보수진영의 지지율은 63%였다.
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와 달리 지금은 국민의힘이 쪼개질 정도는 아니고 당 주류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하는 대오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국민의힘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등에 대해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