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자기중심적 편향의 뇌과학적 메커니즘

2024-12-31 13:00:07 게재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관객 입장이라면 스릴을 느끼면서 지켜볼 수 있지만 그 상황에 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탈출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부하(Cognitive load)로 인해 적절한 인지자원을 사용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인지부하는 불안과 압도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의사결정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서와 인지처리과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뇌손상 환자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안와전두엽 피질에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따르는 정서적 결과에 대해 민감하지 못했으며(Berlin 외, 2004), 보상과 처벌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전략을 세우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Bechara, 2004). 이는 인지적 처리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부정적 감정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 미쳐

여러 뇌기능 연구들에서 대표적인 감정중추라고 알려진 편도체와 의사결정의 핵심인 전전두피질은 정서적인 갈등과 처리과정에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과 의사결정 사이의 상호작용을 뒷받침하는 신경 메커니즘이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은 다양한 형태로 어디서나 나타나며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영역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복잡한 상호작용의 핵심에는 개인이나 집단에서 목표나 동기, 정서가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이 있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의 적대감이나 불화를 통해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우리 사회에 직면한 많은 갈등상황들을 보더라도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부분들 이면에는 이해충돌과 감정적 앙금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사회현상이나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에서 공통성을 추정한다. 대개는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추정과정에서 귀인편향(attribution bias) 가능성이 생긴다. 귀인편향이란 타인의 행동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 외부환경 같은 관련이 없는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편향을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따라 자기중심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이는 자기의 행동과 판단은 비교적 흔하고 상식적이며 다른 반응들은 독특하거나 부적합하다고 보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누군가 말도 안되는 의견을 늘어놓고 “다들 그렇지 않아?”라고 되묻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친한 사이라면 “아니”라고 해주면 될 일이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멋쩍은 미소로 때우는 경우가 흔하다. 오해와 불일치가 쌓이는 경우 솔직한 사이가 아닌 포장한 얼굴로 예의를 갖추고 대화해야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 와중에 쟁점이 생기면 다른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는 그 반대증거를 희한한 방식으로 승화해 본인 말이 맞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내가 본인 의견에 동의했고 우리는 마침내 의견일치를 봤다고 선언한다. 소위 ‘답정너’식 대화체를 구사하는 이들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편향된 인지체계로 구축된 자신의 신념을 용감히 실행하고 강요한다.

자신의 인지적 편향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신념을 갖게 된다. 때로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신념을 갖게 될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신념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더가 지나치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경우, 그리고 그러한 상태로 리더의 자리를 지키는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념은 새로운 증거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강화된다. 심지어 반대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를 불신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고수(perseverance)해 결국 의견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촉발된다.

정치와 사회문제에서 갈등은 담론과 의사결정의 지형을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여기에 상충되는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는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흐름을 형성한다. 우선 자신의 인지적 편향과 부적절한 신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한다면 정치적 사회적 의사결정의 역학에 대한 통찰을 얻고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지원

가톨릭대의대,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