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참사에…고향사랑기부 무안에 몰려

2025-01-03 13:00:03 게재

지난 연말 이틀동안 11억원 모금

'재난대응 모금창구' 기능 가능성

기초지자체 1등 광주동구도 관심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에 국민적 관심과 애정이 모이면서 고향사랑기부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고향사랑기부금이 톡톡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분주한 제주항공 참사 수습 현장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 도중 기체 인근에서 용접하다가 불이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무안 연합뉴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여객기 참사 당일인 12월 29일까지 무안군의 모금 실적은 약 4억4000만원(3000여건)이었다. 하지만 사고 다음날인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1만1000건, 11억원의 기부가 이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모든 지자체 모금액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이처럼 이틀간 모금이 급격하게 집중된 결과 무안군의 전체 모금액은 15억원을 넘어섰다. 2023년 모금액(5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이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안군도 이 같은 결과에 놀라는 표정이다. 또한 이렇게 모금된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보여주신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부금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재난극복과 피해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는데 귀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안군의 모금 실적은 고향사랑기부 제도가 지역 문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의 역할도 확인할 수 있다.

광주 동구의 모금 실적도 눈여겨볼만하다. 광주 동구는 잠정집계 결과 226개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지자체다.

실제 광주 동구의 지난해 전체 모금액은 23억8100만원, 기부 건수는 2만3425건이었다. 2023년과 비교해 모금액은 2.6배, 기부건수는 2.9배 증가했다. 광주 동구의 2023년 실적은 8179건, 9억2100만원이다. 이는 30%대인 고향사랑기부금 전체 증가율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실적을 낸 이유는 민간플랫폼과 지정기부 활용 덕분이다. 광주 동구는 2023년 제도 시행 첫해부터 행안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시도했고, 지정기부도 도입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행안부가 이 두가지 모금방식을 허용하자 다른 지자체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행안부가 민간플랫폼 모금을 허용한 12월 한달간 위기브 모금액은 13억8200만원으로 공식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모금액 6억원의 2배를 훌쩍 넘었다. 12월 전체 모금액은 19억8300만원으로 연간 모금액의 83%에 달한다.

지정기부 실적도 눈여겨볼만 하다. 광주 동구는 3개의 지정기부 모금을 진행했다. 광주극장 보존, 발달장애청소년야구단 지원, 유기동물 구조보호 3개 사업기금 용도로 모금한 금액이 9억4200만원이다. 전체 모금액의 40% 가까운 수치다.

한편 고향사랑기부금 제도 도입 2년차인 지난해 모금액이 890억원을 넘어섰다. 기부가 집중되는 12월 비상계엄과 여객기참사로 혼란한 상황에서도 전년도 모금액을 크게 넘어서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행안부가 잠정 집계한 지난해 모금액은 2023년(650억원)보다 240억원 늘어났다. 기부자 수는 2023년(52만5000명)과 비교해 50% 증가한 79만여명이다. 특히 최고 기부한도액인 500만원 고액기부자는 1435명으로 2023년 2052명에 비해 약 30% 감소했다. 반면 전액 세액공제 대상인 10만원 이하 기부건수는 77만3000건으로 2023년(51만건)보다 26만건 증가했다. 이는 기부자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무안에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모아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재난 극복과 지역 활성화의 계기가 되도록 잘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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