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ESG보고서 발간율, 다른 업종 비해 한참 낮아
온실가스 배출량 확인 위한
데이타도 미공개 21개(70%)
제약업계 ESG보고서 발간율이 타 업종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업계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시대에 제약업계의 지속가능경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건약)에 따르면 그린처방전 약대생 서포터즈와 건약은 2024년 제약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이하 ESG보고서) 및 공개된 온실가스 배출 지표를 분석해 발표했다.
2020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기업의 기후 관련 공약 이행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분석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의 말뿐인 공약을 추적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한 자료로 이후에 기업들은 이행 여부에 따라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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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처방전과 건약은 깨끗한 산업이라고 인식되는 제약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및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자 이번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2023년 기준 매출 상위 30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했다. 기업별 ESG 보고서 발간 및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한 제약기업 ESG 분석보고서는 크게 △분석보고서 작성 동기 △ESG 보고서 및 온실가스 배출 지표의 의미 △기업별 ESG보고서 및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결과 △분석결과 시사점을 담고 있다.
분석 결과, 조사대상 30개 기업 중 2024년 ESG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17개 사(56.7%)에 불과했다. 타 조사에서 국내 250대 기업의 ESG 공시율이 8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기업의 공시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 또는 회사 홈페이지에 온실가스 배출정보마저 공개한 24개사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는 제약기업도 여전히 존재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SCOPE 3 기준 배출량 공개가 중요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은 21개사(70%)로 조사되었다.
SCOPE 3 배출량은 세부 카테고리별 공개가 중요한데 일부 기업은 어떤 카테고리에서 발생한 배출량인지 공개하지 않아 유효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공개 기준에 맞게 공개한 기업은 단 6개사(20%)에 불과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한 24개사의 평균 배출량은 3만2918 tCO₂eq(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달했다. 국민 2600명이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슷하다. 또한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온실가스 집약도) 평균은 4.28 tCO₂eq/억원이다.
이는 국내 주요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1.4)와 LG전자(1.04)와 비교해 3~4배 높은 수준이다. 조사 기업들 중 한미약품이 19.31 tCO₂eq/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컸다. 이어 에스티팜(8.44), 삼성바이오로직스(7.5)가 뒤를 이었다. 이 기업들은 모두 국내 최대 매출기업인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집약도보다 높았다. 그 외에 ESG 행복경제연구소의 기업별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제약기업의 ESG보고서 공시율은 50%로 전체 15개 업종 중 꼴찌로 나타났다. 전체 공시율이 평균 80.4%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
한국 ESG 기준원이 상장기업의 ESG 경영수준을 평가한 ESG 등급에서도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은 제약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환경부문으로 한정하면, S등급은 물론이고 A+등급을 받은 기업도 없었다.
의약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포장이나 유통과정, 사용단계, 사용 후 소각단계에서도 온실가스를 배출시키고 있다. 더불어 최근 국제사회에서 ESG 이행에 대한 요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ESG보고서 발행 및 온실가스 저감노력은 필수적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제약기업들이 탄소배출 저감을 포함하여 의약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며 “향후에도 제약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ESG 분석 보고서를 매년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