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잇단 금융사고 ‘내부통제’만으론 안돼

2025-01-14 13:00:01 게재

기업은행에서 24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는 8건이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이번에는 기업은행에서 대규모 사고가 난 것이다. 마치 순번을 정해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온 금융당국의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번 기업은행 사고에서도 전직 은행직원과 대출 담당자들 사이의 친분이 불법대출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서 발생한 불법대출에서도 전직 은행직원들과 대출 담당자들의 연결고리가 문제가 됐다.

기업은행이 자체 검사에서 100억원대 규모의 불법대출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를 했지만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불법대출 규모는 240억원으로 확대됐다. 금감원은 불법대출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검사 인력을 추가로 보냈다. 불법대출 이외에 다른 문제들이 더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도 기업은행의 금융사고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내부통제다. 수직적·수평적 감시망인 내부견제시스템을 갖추고 내부감사를 강화하는 일이다. 순환근무·명령휴가제 등도 횡령사고 방지를 위해 취해진 조치다.

하지만 내부통제시스템이 아무리 강력하게 갖춰져 있다고 해도 견제해야 할 대상들이 서로 공모해 범행을 저지르면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된다. 대규모 금융사고들이 대체로 공모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통제 강화뿐만 아니라 강력한 내부고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금융범죄의 특성상 내부자가 아니면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려면 범행 가담자 또는 내부자가 고발을 할 유인이 커야 한다. 면책에 준할 정도로 처벌을 유예해주는 등 내부고발로 입게 될 불이익보다 고발을 함으로써 얻게 될 혜택이 훨씬 커야 한다.

회계부정 신고제도를 운영했지만 포상금 규모가 크지 않았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예산액 대비 포상금 집행 비율은 13%, 42%, 61%에 그쳤다. 하지만 포상금 규모를 확대하면서 신고 건수가 급격히 늘고, 예산이 부족할 정도로 의미 있는 내부고발이 증가했다.

은행들도 내부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부고발 신고건수는 적고 포상금이 지급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본시장에서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기업의 회계부정을 막기 위해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내부고발자 제도와 포상금 제도를 고민할 때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