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불황을 넘어서는 중소기업 전략

2025-01-14 13:00:01 게재

2025년 1월,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백척간두에 서있다. 우선 경제성장의 핵심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1470원을 넘나드는 환율은 인플레이션을 고착화시키고, 내려갈 기약이 없는 시중금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옥죈다. 대량실업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채용을 작년보다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늘리겠다는 기업의 배 이상이다. 주요그룹들이 긴축경영을 시사하며 희망퇴직을 추진중이다. 내수를 위주로 하는 건설 도소매 제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일자리와 알바마저 말라붙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뒤에는 정부, 기업 및 가계의 과다한 부채가 있다. 이러한 추세는 꽤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며 당분간 회복은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요약하면 대한민국은 수출감소, 고용절벽, 과부채, 소비위축, 투자감소, 고령화의 쓰나미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형국이다.

생산성 증가 위한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이 속에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업이든 자영업자든 이익을 내면 살아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을 내려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불황기의 중소기업에게 생산성 증가를 위한 적절한 전략으로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자원부족과 시장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중소기업에게 자원공유와 외부로부터의 혁신 DNA 이식은 생존을 위한 절대 필요전략이다.

2008년과 2009년은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불황에 빠져든 기간이지만 모든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에어비앤비(2008)와 우버(2009)가 태어났다. 이 두 기업의 핵심자원이자 전략이 바로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전통적인 숙박 및 여행업계가 경기불황으로 매출감소와 대량해고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그들은 주택 소유자들과 일반 운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상에 없었던 공유경제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았고 외부 기술을 이용해 이들이 앱에서 구현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이 탄생했으며 사람들에게 개인자산의 효용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누구나가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을 수는 없으나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가치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불황기의 중소기업은 공동개발과 공동투자를 통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불황기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과 대학 등과의 협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값싸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 한편 산업단지나 테크노파크 등 클러스터 내에서의 협력을 극대화해 원가절감과 정보획득 등에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외부의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신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해결하고 시범판매를 해볼 수도 있다.

불황기의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에는 몇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장기적인 혁신보다는 즉각적인 단기 생존전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러 대안 중 최소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협업 시 자원분배의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속도가 중요하다. 생존이 우선이므로 실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협업이나 오픈이노베이션의 의미가 없어진다.

정부와 국회, 불황 기회삼아 혁신적인 규제개선 나서야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도경제학의 창시자 더글러스 노스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의 구축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혁신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보다는 걸림돌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불황을 기회로 정부와 국회는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이 맘껏 이루어지도록 말 그대로 ‘혁신적인 규제개선’을 할 수는 없을까.

김문겸

숭실대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