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두뇌는 새해 다짐을 싫어한다
올해 기필코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소셜네트워크에 포스팅했다면 여러분은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이다. 혹시 그 다짐을 서서히 포기하고 있는가? 자책하지 말자. 건강과 관련된 다짐은 신년계획의 80%를 차지하며 이맘때 그 다짐을 포기하는 사람들 역시 과반수에 이른다는 설문조사가 여럿이다. 1월의 헬스장이 특히 북적이는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헬스장 회원권의 환불규정이 꽤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환불의 기회마저 새해 다짐과 함께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적지 않아 의도치 않게 헬스장 기부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인들이 새해 다짐을 모조리 완수할 확률은 어쩌면 동네 헬스장에서 외계인을 만날 확률보다 낮지 않을까. 오죽하면 2025년의 다짐이 2024년에 계획한 것을 완수하는 것이고, 그 계획은 2023년에 했어야 하는 일이며, 그 일은 다시 2022년에 계획했던 것이라는 무한반복의 자조적 농담이 공감을 얻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새해 다짐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매년 같은 목표를 세우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이 필요하고 소중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접근방식이다. 새해 다짐이 실패하기 쉬운 까닭을 살펴보고 성공전략을 세워보자.
과학적 방법으로 작심삼일 부수기
새해 다짐이 쉽사리 일상으로 스며들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두뇌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체중의 2%에 불과한 두뇌는 우리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 중 20%를 넘게 사용하며 매일 3만5000개 이상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 두뇌의 에너지 효율화 전략은 인지적 지름길을 만들어 반복되는 행동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 즉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일상의 수많은 습관이 모여 각자의 안전지대(comfort zone)가 된다. 편도체가 위험신호를 최소화하고 도파민을 통한 보상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전두엽이 익숙한 패턴을 처리해 에너지 소비가 최적화되는 편안하고 안전한 상황이다.
이런 안전지대는 새로운 습관 행동으로 흔들릴 수 있다. 두뇌는 인지적 지름길이던 기존의 습관적 행동을 포기해야 하고 편도체는 불안을 유발하며 평소의 도파민 흐름은 방해받게 된다. 다시 말해 새해 다짐은 두뇌를 위협하는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규칙적 운동이나 스마트폰 덜 보기, 책 읽기와 같은 새해 다짐을 포기할 것인가? 습관형성(습관을 버리고 만드는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 시대 필수 역량인 ‘배우고(learn), 버리고(unlearn), 새로 배우는(relearn)’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습관 형성처럼 새로운 신경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낡은 배움을 버리는 과정’은 해로운 습관을 끊는 것과 유사하다. ‘새로 배움’은 새로운 습관으로 이전 습관을 대체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작심삼일을 의지나 자제력 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인지적 지름길을 새로 짓고 부수는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해보자. 첫째, 새해 다짐은 세가지로 제한한다. 세가지를 넘는 새로운 습관은 두뇌가 한번에 처리하기 어려워 금세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각 다짐은 세가지 구성 요소인 신호(cue)와 반복행동(routine), 보상(reward)으로 분석한다. 그저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한다’는 다짐은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막연하다. ‘퇴근시간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신호) 헬스장에 들르면(반복 행동)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한 뒤 귀가할 수 있다(보상)’처럼 적어본다.
셋째, 그중 신호와 반복행동의 신경세포를 연결해 새로운 신경경로를 만든다. 사무실을 나와 헬스장 문을 여는 신경연결 경로가 인지적 지름길이 되려면 평균 10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개인에 따라 18일에서 254일까지 다양하다. 규칙적으로 오래 반복할수록 지름길은 튼튼해진다.
넷째, 신호와 연결된 반복 행동의 신경경로를 끊어 낡은 습관을 버린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기 전(신호) 휴대폰을 들고 숏츠를 보며(반복행동) 휴식을 취했던(보상)’ 습관에서 반복행동을 다른 것, 예컨대 아로마오일 손 마사지 등으로 대체해 과거의 신호와 반복행동 사이의 신경연결을 끊는다. 이 인지적 지름길을 부수는 데는 30일 이상 소요된다.
건강한 습관, AI 시대 살아가는데도 도움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 기술, 쏟아지는 정보로 인한 무력감과 신체적·정신적 부담으로 인간의 주도성을 놓아버릴 것인가? 건강한 습관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틔움터가 된다. 더는 헬스장 기부자가 되지 않도록 두뇌의 생존전략을 이해해 안전지대에서 한걸음 나서보자.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