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개박하는 왜 민트향 나는 물질을 만들까

2025-01-21 13:00:02 게재

생김새가 들깨와 비슷한 ‘개박하(Nepeta cataria)’는 캐트닙 또는 캣민트라고 한다. 이름에서 우리는 이 식물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고 향기 나는 물질을 만들어 공기 중으로 내보낼 것이라 짐작한다.

개박하나 깻잎처럼 향을 내는 식물들은 대개 꿀풀과 소속이며 줄기가 네모나다. 순대 볶음의 냄새를 잡거나 향을 북돋울 목적으로 집어넣었던 깻대의 네모난 모양을 떠올려보자.

향이 나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정유(essential oil) 화합물이다. 탄소의 수가 9개 또는 10개인 작은 분자들이다. 계피의 냄새물질인 신나믹산은 탄소가 9개다. 안면도 소나무 휴양림을 수놓는 향기는 피넨(pinene)으로 탄소의 수가 10개다. 작은 분자라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날아다니다가 우리 후각 수용체에 잡히는 것이다.

인간은 두 눈 사이가 좁아서 후각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다. 시각에 더 중점을 둔 해부학적 구조를 지니지만 박하나 향신료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냄새 얘기는 이쯤해두고 고양이로 화제를 돌려보자. 어떤 사람들은 개박하라는 이 식물의 이름을 타박한다. ‘고양이 박하’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학명과 별명에 고양이가 들었기에 그럴 듯도 하지만 개나리나 개똥참외를 보고 개를 연상하는 일이 드물기에 개박하라는 이름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문제는 정통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어찌 식물 이름에 명함을 내밀었느냐 하는 점이다. 단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없는 고양잇과의 맹수들은 식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의 시선은 줄곧 먹잇감인 가젤이나 영양을 향한다.

동물이 치유식물 알아보는 능력은 어떻게

그러나 육식동물도 가끔 식물을 먹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야생에서 풀을 먹는 동물 연구는 주로 유인원에서 이루어졌다. 1960년대 일본 인류학자 토시사다 니시다는 탄자니아 침팬지가 솜털이 가득한 식물의 잎을 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나중에 이 장면을 본 생물학자 마이클 허프만은 침팬지가 자가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변비에 시달리던 침팬지가 평소라면 피했을 독성식물을 먹고 씻은 듯이 나았다는 관찰 결과를 논문에 실었다.

침팬지는 여러 겹의 잎을 둥그렇게 말아서 씹지 않은 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밤이 지나자 대장에 살고 있던 기생충이 잎과 함께 따라 나왔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임신한 여우원숭이가 기생충을 제거하거나 출산의 성공률을 높이려고 무화과 잎과 나무껍질을 먹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인류학자들은 동물생약학(zoopharmacognosy)의 범주 안에 이런 동물의 행동 목록을 올려놓는다.

코끼리 곰 사슴뿐만 아니라 파충류와 곤충에서도 이런 모습이 관찰된다. 도마뱀이 식물의 뿌리를 먹어 뱀독을 중화하고 초파리가 기생말벌을 피해 알코올 농도가 높은 과일 안에 알을 낳는 식이다.

동물들은 어떻게 특정한 식물이 치료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을까? 뇌가 큰 영장류라면 아마도 경험과 학습을 통해 그런 일이 가능했으리라 짐작하지만 과연 파리 같은 곤충도 그랬을까? 모른다. 하지만 식물 섭취가 기생충을 제거하고 번식 성공률을 높였다면 그 정보가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치유식물을 알아보는 유전자에 강한 선택압력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자연에서 약을 찾는 행동은 동물계에 널리 퍼져 있어야 옳다. 최근에는 개똥지빠귀가 진드기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니코틴이 든 담배꽁초를 모으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육식동물에 유용한 향으로 초식동물 피해

이제 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고양이는 개박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직접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박하 분말의 향이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대마초 비슷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개박하가 고양잇과 동물에게 즐거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상호작용이 시작된 지는 제법 오래된 것 같다. 고양잇과에 동물의 공통 조상이 탐닉 행동을 터득한 다음 이를 후대에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개박하 성분은 파리와 모기를 쫓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이 물질은 치타가 초식동물 가까이에서 잠복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언뜻 고양잇과 동물에게만 유리할 것 같은 이런 물질을 개박하는 왜 만들까? 식물이 아무리 탐나고 먹음직스럽더라도 맹수가 득시글거리는 곳에 선뜻 얼굴을 들이밀 초식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개박하에 얼굴이 있다면 이 순간 아마 씽긋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나는 치타를 조종할 수 있거든” 하면서.

김홍표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