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국경제가 ‘나홀로 호황’인 이유

2025-01-31 13:00:03 게재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1920년대와 닷컴시대 등 과거에는 미국증시가 오르면 다른 나라 증시도 덩달아 상승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시장의 호황이 다른 나라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1980년대 경우 글로벌 시가총액의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시가총액(121조8000억달러)의 50.9% 수준으로 올라갔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인데 이보다 훨씬 높다. 작년에 증가한 글로벌 시가총액의 90%는 미국의 주가총액 상승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0.5%p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1.1→0.8%) 독일(0.8→0.3%) 등 주요 선진국의 전망치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도 장밋빛 일변도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는 현재 6000포인트 안팎인 S&P500지수가 금년 말 65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이보다 더 높은 7000을 제시했다.

미국주식시장, 글로벌 시가총액 50% 넘어

미국 대기업의 수익성, 글로벌 영향력, 기술혁신의 선도적 역할 등이 미국과 다른 국가 사이의 경제 격차를 발생시켰다. 미국의 생산성 향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 이뤄졌던 연구개발 투자, 수급이 원활한 노동시장이 생산성 향상을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력 증가와 함께 강력한 생산성 향상으로 올해 미국경제의 잠재적 GDP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다. 이민과 무역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입장은 잠재적 GDP 성장률에 걸림돌이지만 2025년에는 큰 요인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경제는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선진국들을 압도하는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폈다. 이는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재정의 적자지출이 모두 생산 활동과 무관한 이전지출(transfer payments)에만 쓰인 것은 아니었다. 초당적인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법 등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견인했다. 특히 제조업 인프라투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설비투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공장건설과 그에 따른 설비투자 사이에는 약 2년의 시차가 있다. 올해 미국 제조업 인프라투자는 전후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내후년까지 설비투자는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정부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나 대규모 국채경매로 인해 미국채 금리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미국 부채한도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거나 미국 신용등급 추가 강등 등의 이유로 미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감소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정부의 높은 차입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채무불이행을 증가시키며 주식시장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달러의 위상을 고려하면 미국은 아직 여유가 있다. 재정건전성 척도로 GDP대비 정부의 부채비율을 활용한다.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6조달러를 돌파했다. GDP대비 123% 수준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회계연도에만 1조9000억달러의 예산적자를 예상했다. CBO는 향후 10년 동안 국가부채 규모가 21조1000억달러 증가해 2035년이면 181%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은 부채비율이 255%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일본국채를 사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재정문제는 임박한 위험이 아니라 만성적 질환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미국경제 호황에 큰 역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공약집 ‘어젠다47’이 가장 역점을 둔 주제는 에너지 분야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철폐하고 석유개발을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혁신적 소형 모듈형 원자로에 투자해 사상 최대의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부동산개발업자 출신답게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연방정부 소유의 토지에 10개 신도시를 짓고 그곳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항공 모빌리티혁명을 주도하고 농촌도 살리겠다는 모델이다. 신도시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값싼 주택을 제공해 아메리칸드림을 선사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의 경제공약 등에 힘입어 월가 대형은행의 이익이 급증했다. JP모간체이스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역대 2번째 최대이익을 냈다. 특히 4분기 이익 급증이 연간 이익을 견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경제 전망이 밝아지면서다. 미국의 ‘나홀로 호황’은 최소 2년은 지속될 수 있다. 800만 서학개미 등 미국주식투자자에게 유리한 기회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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