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중국 모방-미국 혁신’ 편견 뒤집어

2025-01-31 13:00:03 게재

서구 주요 매체들, 딥시크 혁신 의미 찾기 분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극히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AI모델을 출시하면서 전세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딥시크 충격을 보도하는 서구 주요 매체들은 ‘중국은 모방하고 미국은 혁신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는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로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혁신에디터 존 손힌은 30일 ‘딥시크, 중국은 혁신하고 미국은 모방한다’ 제목의 칼럼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2017년 중국 바둑 최강자를 이겼던 것처럼, 딥시크의 AI 추론모델도 그같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에서 보는 중국의 전형적 이미지는 국가보조금으로 저비용 제품을 양산하는 자본집약적 제조업경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금융서비스 등 글로벌 소프트파워 강대국이었다”며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은 혁신하고 중국은 모방하며 유럽은 규제한다는 관념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딥시크는 미국 기술대기업들의 자만심에 구멍을 냈다. 향후 글로벌 AI 경쟁은 격화되고 AI도구 보급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딥시크는 중국의 대표적 혁신사례가, 미국의 모방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단기간에 그칠지, 장기 트렌드의 시작일지 관심”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캐서린 토르베게는 31일 ‘왜 중국 기술은 계속 서구를 놀래키나’ 칼럼에서 “딥시크는 난데 없이 등장한 게 아니었다. 딥시크는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도 미국 기술대기업들은 완전히 방심했다”며 “딥시크 충격은 미국 기술 예외주의, 제노포비아(외국인공포증), 브롤리가르크(broligarchy, 남성 중심 엘리트 과두제) 등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는 혁신가들이 넘쳐난다. 미국만이 미래를 이끌수 있다는 은밀하면서도 배타적인 마음가짐이 있다”며 “딥시크는 이런 이야기를 뒤집었다. 중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미국정부가 수출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도 극히 저렴한 비용으로 AI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에는 중국은 베낀다는 고질적인 편견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편견을 영속화하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픈AI 등은 딥시크가 잠재적으로 자사의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게 아닌지 살펴보겠다고 한다. 아직도 중국인들이 진정한 혁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실리콘밸리가 중국 기술제품들을 복제하는 상황을 지켜봤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든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다. 미국 기술대기업들은 틱톡의 혁신적인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딥시크는 중국이 미국에 충격을 준 연속적인 기술 돌파구 중 최신판으로,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서구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더 많은 중국 기업들과 제품들이 계속 서구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0일 ‘딥시크 드라마의 진짜 의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딥시크 충격이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에게 쓰라린 고통을 안겼지만, 전세계적으로는 그에 따른 승자가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딥시크가 실현한 효율성은 AI 범용성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연료 사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오히려 연료 사용을 촉진한다는‘제본스 역설(Jevons paradox)’처럼 AI 효율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 딥시크처럼 저렴한 AI 언어모델이 크게 늘어난다. AI의 저렴한 보급이 불가능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진짜 승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AI가 사회를 변환시키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보편적이며 특정 국가나 기업의 독점 통제가 없어야 한다. 딥시크의 성공은 그같은 세상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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