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LNG 8백만톤 이상 수입 추진
지난해말 카타르·오만산 LNG 계약종료
트럼프 통상압력 대비해 추가 계약안해
대미 흑자 줄여 불공정 교역 논란 없애기
도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력에 대비해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31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LNG 장기계약 물량 중 카타르산 492만톤과 오만산 406만톤의 계약이 2024년말 종료됐다. 가스공사의 장기계약 물량 총 2900만톤 중 31%인 898만톤의 계약이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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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산 LNG도입 가능성을 대비해 만기 물량 비중이 과다함에도 추가 계약을 안했다. LNG는 기체인 천연가스를 현지에서 액화시킨후 들여와 다시 국내에서 기화시켜 소비지로 운송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사-수입사간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또 카타르산 210만톤(2026년) 인도네시아산 70만톤(2027년) 말레이시아산과 러시아산 각각 150만톤(2028년)이 잇따라 계약만료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전 계약이 끝나는(2026~2028년) 장기물량은 총 580만톤으로, 지난해 종료된 898만톤까지 포함할 경우 1478만톤에 이른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단기계약한 3건 182만톤도 있다. BP 78만톤, 트라피구라(Trafigura) 78만톤, 쉘 26만톤 등이다. 트라피구라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원자재 무역회사로, 원유 석유제품 광물 등의 거래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충분한 물량을 토대로 미국과 도입협상을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산 LNG 도입은 2016년만 해도 3만톤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2017년 196만톤(도입비중 5%), 2018년 466만톤(11%), 2019년 523만톤(13%), 2020년 576만톤(14%)로 수직상승했다. 이후 2021년 848만톤(18%)로 급증했다가 2022년 576만톤(12%), 2023년 511만톤(12%)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가별 도입비중은 호주 1042만톤(24%) 카타르 860만톤(20%) 말레이시아 611만톤(14%)에 이어 미국이 4위다. 이어 오만 497만톤(11%) 인도네시아 291만톤(7%) 러시아 165만톤(4%) 순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줄곧 미국의 무역적자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주장해왔다”며 “한국의 경우 대미투자 등에 따른 이유로 대미 무역흑자가 늘었지만 통상압력에 대응해 교역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미국산 원유 및 LNG 도입을 늘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으로 1278억달러를 수출하고, 721억달러를 수입해 557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 국가별 적자규모는 8위 수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계약종료된 898만톤을 미국산 LNG로 대체할 경우 도입금액은 약 46억4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흑자규모의 약 8.5%를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자국 에너지 수입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파이프라인가스(PNG) 도입을 중단하자 LNG로의 대체를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EU의 미국산 LNG 도입비중은 2021년 20%에서 2023년 47%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야심은 그치질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첫날 “EU는 미국 자동차나 농산물 등을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EU에 약 3000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빨리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의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관세를 통해 이를 바로 잡을 것이며, 이를 막으려면 우리의 석유와 가스를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