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 정무적 개입 있었다”
정부 관계자 "의도없었지만 죄송"사과
1차 시추 종료, 경제성 없다고 결론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시추 47일만에 경제성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와 관련해 “대왕고래 시추 작업 과정에서 가스 징후가 일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시추 작업은 지난해 12월 20일 시작된 이후 47일 만인 지난 4일 종료됐다. 현재 시추과정에서 취득한 검층자료와 시료 등은 전문용역회사로 보내 정밀 분석과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중간 결과는 5~6월, 최종 분석결과는 8월쯤 나올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1차 시추결과 발표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윤석열정권과의 손절을 선언한 의미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날 시추결과를 발표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발표 당시 묻힌 석유량을 삼성전자 시총 5배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 “저희가 생각지 못했던 정무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의도하진 않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무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얘기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할 당시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VIP 격노설’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정국이 시끄럽던 때다.
따라서 ‘산유국의 꿈’을 부풀려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분하게 진행해야할 사업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면서 ‘에너지의 정치화’에 불을 붙이며 이슈를 이쪽으로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대한민국 산유국에 대한 기대가 국론분열을 심화시켰다.
위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발표 하는것 자체도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추 과정·결과는) 여러가지 사유로 주식에 영향을 미친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발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추과정을 통해 석유공사의 경험과 실력이 많이 축적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정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를 더 진행할 필요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향후 추가 탐사가 진행된다면 오징어, 명태로 이름 붙여진 다른 유망구조에서 석유·가스를 찾는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첫 시추에서 곧장 대량의 석유와 가스 매장 여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 등으로 구성되는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얻은 탐사데이터는 추가 시추 성공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당장 3월부터 해외 석유개발 기업의 투자유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1차 탐사시추 결과로 국내에서 프로젝트 성공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해외 투자기업의 투자유치 성공은 가스전 개발 사업성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는 대형 오일 메이저를 포함한 석유 기업들의 실제 참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야당은 올해 예산에서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한 상황이다.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로서는 한개 시추공을 뚫는데 10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개발 사업을 이어가는 한편 심해 가스전 개발 노하우를 공유받기 위해서라도 해외 대형 석유개발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글로벌 메이저 석유사인 엑손모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이탈리아 애니 등을 상대로 분석한 데이터를 개방해 유망성을 보여주는 로드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1차 시도’가 실패해 외자 유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사업성 초기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권을 가져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스전 개발 사업이 단 한번의 시추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