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부동산 전문가가 본 시니어주택 현실과 과제
“주택재개발 때 시니어주택 의무화해야”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팀장
도심 내 노인 위한 주택 공급 시급
올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다양한 노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주거시설 공급과 대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된다.
부동산 전문가인 양지영(사진)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도심 속 노인주거시설(시니어주택) 공급을 늘리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자산가들의 투자 상황을 분석한 결과 노인 전문주거시설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권의 주거지 인근에 우선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 팀장은 “현재 전국 노인주거복지시설에 입소한 노인은 2만여명으로 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대도시권 주거지 인근에는 노인주거시설을 공급할 토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할 때 의무적으로 노인 임대주택을 건립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팀장은 부동산정보분석업체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과 부동산 연구소인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13일 양 팀장으로부터 노인주거시설의 문제점과 공급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고령화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인들을 위한 전용 주거시설인데 아직 공급망이 완비되지 않고 있다. 문제점과 공급방안이 있다면
도시에 살던 노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공간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노인주거시설도 도심에 많이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에는 땅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할 때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중 일부를 노인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재개발 노인임대주택 공급은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재개발 단지에서 시니어주택을 몇 가구나 공급할 수 있나.
정부가 공공재개발에서 서울의 경우 2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까지 공공재개발을 통해 도심 내 신축주택이 13만여가구가 들어선다. 이중 20%인 2만5000가구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이중 일부를 공공시니어주택으로 돌리면 5000여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다. 특히 민간 재개발단지에서는 품질 좋은 시니어주택을 다양한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 대단지의 경우 노인돌봄시설을 함께 설치해 각 자녀 세대와 같은 단지에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에서 시니어주택을 의무 공급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개발 사업시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 비율 이내에서 시니어주택 공급을 포함시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노인들도 도심 주택단지 안에서 의료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노인들만 모여사는 것을 경계한다. 자녀 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조건이 맞는 곳은 재개발단지 뿐이다. 재건축 사업에서도 시니어주택 공급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노인주거와 복지시설이 있는 곳이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시니어주택 공급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시설은
노인들은 대부분 의료시설에 민감하다. 치매 예방시설 등 일상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의원이 주변에 있어야 하고 응급의료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외국의 경우 자체 너싱케어(의료시설)를 갖춘 곳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노인주택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고가인 ‘더클래식500’이나 아직 입주하지는 않았지만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되는 ‘르웨스트’ 정도가 의료협진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곳이다.
●시니어주택 선진 외국 사례를 소개한다면
미국에 브룩데일 시니어 리빙이라는 시니어주거시설이 있다. 미국 최대 고령자 케어 레지던스로 전국 800여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단순 주거공간이 아니라 24시간 간호 인력 및 응급 의료 대응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브레인 피트니스 운영으로 치매 예방과 정신 건강 관리를 해준다. 일본에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 시스템이 있다. 베네세 그룹에서 운영하는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다. 입주자가 필요할 경우 치매 전문 병동 요양서비스까지 연계 가능하다.
고령자들의 인지 기능 유지와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트 테라피, 음악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