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리 곁으로 다가온 디지털 의료
2025년 1월 24일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시행되어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디지털 의료제품’이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의료기기’, 생체신호 측정·분석 등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의료·건강지원기기’, 의약품과 디지털 의료기기 또는 디지털 의료·건강지원기기가 조합된 ‘디지털 융합의약품’을 말한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으로 본격적 디지털 의료시대 시작
현재 많이 활용되는 디지털의료제품의 대표적인 예로 AI 기반 의료 영상 진단 보조 제품을 들 수 있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환자별 엑스레이 등 영상을 분석해 폐렴 결핵 암 등 이상소견을 판단했지만, 이제는 영상 촬영과 동시에 AI가 분석 결과를 제공해 의료진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만 치료 분야에서도 디지털 의료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는 헬스케어 전문기업과 협력해 비만 치료제와 개인 맞춤형 생활 관리 사물인터넷(IoT) 설루션이 결합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약물치료와 식이·운동 요법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다.
디지털의료제품은 기존 의료기기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동반한다. 미국 IBM에서 개발한 AI 기반의료 소프트웨어 왓슨이 데이터 학습 한계로 인해 일부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추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여러 병원에서 도입을 중단했다. 또한 디지털 의료 소프트웨어의 수치 오류 등으로 원인에 부합하지 않는 진단이나 치료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디지털 의료시장이 연평균 15.3% 성장해 2027년에는 3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와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초기단계부터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의료제품은 통상 의료기기 형태로 제공되며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처럼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형태(SiMD, Software in Medical Device)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 이미지를 분석해 질병 진단을 돕는 독립형 소프트웨어(SaMD, Software as Medical Device)다. 기존 의료기기의 하드웨어는 의료기기법 시행 이후 20년 이상 검증되어 신뢰성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의료 소프트웨어는 상대적 신기술로 신속한 유효성 확보를 위해 전문기관의 검증 방안 수립이 시급하다.
법 시행 후에도 지속적 연구와 검증체계 개선 필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디지털 의료 소프트웨어의 유효성 보장, 전자적 침해행위 방지, AI 기능의 신뢰성 확보 등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기관·기업과 협력해 국민이 디지털 의료기기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은 디지털 의료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다. 디지털 기술은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체계 개선, 관련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의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효율성을 강화하며,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 의료 환경이 우리의 일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국민건강 증진뿐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의료시장에서도 대한민국이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